임신을 두 눈으로 확인했던 2월부터 단비를 출산한 9월 1일까지, 약 8개월 동안 임신부로 살며 느꼈던 점들을 기록해 보려 한다.
먼저 임산부석. 임산부석은 비어 있어서 내가 먼저 앉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배려를 받기 어려웠다.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분들은 대개 졸고 있거나 휴대폰을 보고 계셔서, 아저씨나 할아버지같이 대놓고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앉아 있더라도 내가 먼저 비켜달라고 말을 걸지 않는 한 먼저 인지하고 자리를 내어주길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반석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많이 양보해 주셨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오히려 임산부석의 존재 의미 없게 느껴졌다. 지하철 한 칸에 임산부가 한두 명만 타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특정 지정석보다는 임산부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는 문화 자체가 정착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그래도 6월 이후부터는 배가 많이 나와서 누가 봐도 임신부였던지라 이 때부터는 본격적인 배려를 많이 받았다.
비단 자리 양보 외에도 문을 열어준다거나, 마트 계산대 줄에서 순서를 앞으로 안내받는 등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에서 많이 배려받았다.
지인들의 배려도 컸다. 친구들은 약속 장소를 내가 있는 근처로 잡아주었고, 한창 입덧과 두통, 부종, 좌골신경통으로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청첩장 모임 시즌에도 주위의 배려 덕분에 무리한 일정 없이 1차에서 마무리하고 귀가할 수 있었다.
또 임신을 하니 누가 말 거는 생소한 경험도 자주 하게 되었다. 주로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었는데, 몇 개월이냐, 딸이냐 아들이냐로 시작된 대화는 보통 그분들 자녀의 성별과 나이 이야기로 끝이 나곤 했다. 편의점 카운터나 식당, 카페 사장님들도 임신 주수를 물어보며 소소한 대화를 시도하시곤 했다. 평소 밖에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일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임신 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보이거나 냄새가 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해 지나치곤 했다.
여튼.
직접 임신을 겪어보니 임산부는 그저 아기를 몸속에 품고 있는 사람 그 이상이었다. 미주신경성 실신, 부종, 급격히 무거워지는 몸, 체온 조절 실패와 체력 저하까지.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수많은 변화를 견뎌내는 과정임을 몸소 체감했다.
나는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그래서 타인도 내가 임신했는지 신경 쓰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임산부가 된 후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배려를 받았고 그 하나하나가 참 감사했다. 임신의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