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포스팅에서는 내가 체험한 강남세브란스 니큐에 대해 썼고(https://lazyinterlude.com/2025/11/12113/), 이번 포스팅에는 단비에 집중하여 3주 동안의 니큐 입원 일대기를 기록해 본다.
블로그에 이번 단비의 출산과 니큐 입원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서, 당시 찍어두었던 사진과 영상을 보며 그 때의 기억을 반추했다.
사실 단비가 퇴원한 후에도 한동안은 니큐 시절 찍어둔 사진을 꺼내보지 못했다. 그만큼 단비가 니큐에서 아팠던 기간이 내겐 정말 힘든 시기였고, 사진을 다시 찾아보거나 그 시절을 곱씹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기 때문이었다. 단비가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걸린 것도 아니라 유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출산 직후에 첫 아기가 팔다리, 머리에 각종 주사와 선을 꽂은 채 힘없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래도 단비가 태어난 지 80일이 넘어가는 현 시점에는 마음이 단단해져서 간간히 그 시절 사진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때의 사진 기록들을 다시 보니 여러 감정이 들었다. 단비가 안쓰럽고, 그러면서도 단비가 대견하고, 오빠에게 고맙고, 강남세브란스 니큐에도 고맙고, 단비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입원기를 정리해서 올리나, 건강이 크게 악화되었던 시절의 단비 사진들은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 사진들은 지금 봐도 너무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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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의 니큐 입원
단비는 임신 34주 1일, 2.58kg으로 태어났다.
미숙아는 폐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거나 폐포가 완전히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데, 다행히 단비는 이런 문제는 없었다.
출산시 용을 쓰면서 태변을 흡입했다는거(내가 단비 나오는걸 오래 참아서 그런듯 ㅜㅜ) 외에는 특별한 이상 소견 없었으나, 그래도 미숙아는 기본적으로 경과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일단 단비는 니큐로 옮겨졌다.

1주
단비는 태어난 지 약 5일 정도 까지는 큰 문제 없었다.
9월 3일(출생 후 3일차)에는 황달이 생겨 광선치료를 했다. 빌리루빈 수치가 10 정도로 다소 높았긴 했지만, 이른둥이는 황달이 더 쉽게 오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치료했다고 했다.
면회를 가고 캥거루케어도 하며 단비와의 스킨십을 즐겼다.
이른둥이지만 잘 회복하고 잘 먹어서, 이때까지만 해도 약간의 걱정은 있었으나 그 걱정이 크지는 않았다.





2주
9월 8일 월요일.
단비의 상태가 안 좋아졌다. 코에 달던 산소공급기를 뗀 날이었는데, 캥거루케어를 하던 도중 들여다 본 단비 얼굴이 이상하게 찌그러져 보였었다. 그냥 표정이 일그러진 정도가 아니라 코와 입 주변이 파랗게 보였고, 표정도 힘들어 보였으며 입가에는 거품 같은 것이 맺혀 있었다.
간호사에게 얘기했더니 아무렇지 않게 거품을 닦아주길래,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건가 싶어 그냥 집에 왔다.
하지만 집에서 캥거루케어 전과 후에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니, 눈 주변과 입 주변이 확연히 파랬고 표정도 완전히 축 늘어진 상태였다. 아기 체온 뺏길까봐 담요를 머리까지 덮어줬었는데.. 혹시 그게 아기에게 산소 부족을 주어 아프게 한 건 아닐까 싶어 사진을 보며 즙을 짰다.
저녁에 남편이 단비 면회를 갔는데, 상태는 다시 좋아진 것 같았지만 혈변을 봤었다고 알려줬다. 그래도 남편이 찍어온 단비 사진을 보면서 일단 안심했었다.
9월 9일 화요일.
단비 상태가 많이 악화되어 있었다.
단비는 황달 때문에 광선치료를 다시 하느라 안대를 착용한 채 누워 있었고, 몸 색깔이 노랗고 퍼래 보였다. 그냥 아기 몸 전체 빛깔이 전체적으로 어두웠고,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명백하게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대로 캥거루케어를 진행했는데, 캥거루케어 도중 단비가 토를 했다. 토 양이 꽤 많았고, 토 색깔은 전복의 내장을 터뜨렸을 때 나오는 그런 푸르딩딩하고 어두운 색이었다. 담즙이 섞여 그렇다고 하는데.. 여튼 그 날 캥거루케어가 중단되었고, 이 날을 기점으로 난 정말 엄청난 양의 즙을 짜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 계속 울었다. 보다 못한 남편이 저녁 면회를 다시 가보자고 해서 저녁에 또다시 방문했는데, 저녁에 본 단비는 여전히 혈색이 가라앉아 있었다. 혈변도 계속 본다고 했고, 입에 삽입된 위관을 통해 계속 담즙을 빼고 있었음. 이에 또 한 번 눈에서 즙파티가 벌어졌다.
9월 10일 수요일.
아침에 니큐에서 전화가 왔다. 단비 상태가 계속 안 좋아서 당분간 캥거루케어를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전화론 아무런 항변도 할 수 없었고, 통화를 마치고 자고 있던 남편에게 안겨 엉엉 울었다.
이 시기에 정말 하루에 눈물을 많이 쏟았다. 단비 생각만 하면 반사적으로 나왔음. 내가 이렇게 눈물을 자주, 자동으로 흘릴 수 있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매일 울고, 무기력하고, 기운이 없는 상태로 보냈다.
여튼.. 캥거루케어는 중단되었지만 일반 면회는 가능해서, 모유 전달 겸 면회는 계속 갔었다.
남편이 어차피 단비 캥거루케어도 못 하는거, 주말에 마지막으로 부부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을 가서 리프레시 하자고 제안해서, 찐 찐 찐 마지막 고성 여행을 계획했다.
9월 12일 금요일
고성 여행날, 갑자기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다시 캥거루가 가능하다는 소식이었다. 고성 여행 숙소 예약을 끝내 두고 이 날 밤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ㅋㅋㅋㅋ
여튼 고성여행과 캥거루 둘 다 포기할 수 없어서, 계획대로 고성은 가되 내가 매일 새벽에 운전해 세브란스에 가서 기존대로 캥거루를 한 후 다시 고성으로 올라오기로 했다. 그렇게 마지막 부부 여행을 빡세지만 알차게 잘 즐겼다. 예기치 않게 끝났던 여수 여행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채워졌다.
9월 14일 일요일
일요일에 단비는 확실히 많이 호전되었다. 링거를 많이 맞아서인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는데, 살찐 게 아니라 퉁퉁 부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모습마저 귀여웠다.




단비가 아팠던 원인과 대응
단비의 주요 증상은 황달, 담즙 토, 혈변, 그리고 약간의 열이었다.
혈변 관련하여, 처음에는 괴사성 장염 가능성을 의심해 장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지만,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만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장염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항생제 투여 및 금식을 진행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피검사를 진행했는데, 그중 에오지노필(호산구) 수치, 특히 소우유 단백에 대한 수치가 높게(class 2)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소우유 단백 알레르기가 지목되었다.
따라서 치료 및 앞으로의 방향으로, 금식이 끝나면서 분유를 HA 분유로 변경하였다(HA는 단백질을 가수분해해 알레르기 반응을 줄인 특수분유다). 이후에는 HA 분유를 먹은 뒤에도 혈변이 계속 나타나는지를 관찰했다.





3주
3주 차부터는 본격적인 f/u 에 들어섰다.
단비는 5일 동안 금식을 유지하다가 다시 조금씩 분유, 모유를 먹기 시작했다. 다행히 HA 분유로 바꾼 뒤로는 혈변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단비는 안정적으로 회복해 갔다.

근데..
이 남은 기간 동안에도 나는 정말 즙을 많이짰다 ㅜㅜ
팔다리에 더 이상 링거를 꽂을 자리가 없어서 결국 머리에 링거를 꽂은 모습을 봤는데, 그걸 보고 울었다.
단비가 우는 걸 보고 울었다.
단비가 너무 기운 없게 울어서 울고,
니큐 인큐베이터 구멍에 팔을 넣어 등을 토닥여주다가 울고,
토닥이자마자 울음을 뚝 그치는 단비를 보고 이렇게 작은 손길로도 달래줄 수 있는데, 그걸 마음껏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슬퍼서 또 울었다.
단비가 안쓰러워서 울었다.
면회를 마치고 단비와 헤어질 때도 울었다.
집에서도 단비가 생각나서 울었다.
여튼 엄청 울음.. 간호사 분이 “이렇게 계속 우셔서 어떡해요..”라고 하셨다. 담당 윤소진 교수님도 내가 매일 즙 짜는걸 기억하셨는지, 나중에 단비 퇴원 후 병원 방문했을 때 복도에서 나를 알아보셨고, “이젠 안 우시네요 ㅎㅎ” 라고 하심.. ㅋㅋㅋㅋㅋ
여튼..
그렇게 9월 18일 목요일. 드디어 단비가 인튜베이터에서 나와 바스켓에 들어갔다. 바스켓은 퇴원 전 외부 환경에서 스스로 호흡과 체온 조절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간다고 했다.
더불어 수유 연습도 진행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단비를 조심스레 안고 분유를 먹여주었는데, 너무 감격스러웠다.



이후 9월 20일 토요일에 퇴원 관련 안내를 받았고,
9월 21일 일요일에 퇴원했다.
강남세브란스 니큐 퇴원
단비는 잘 회복했고 퇴원일에는 혈색도 좋았다.
퇴원할 때 단비에게 입힐 옷(카시트에 쓸릴 수 있어서 긴팔·긴바지)과 속싸개를 준비해오라고 했는데..
그렇게 유난 떨던 내가 속싸개를 집에 놓고 온 것이었다 -_-;; 병원에서 하나 빌려주셨다.


여튼.
퇴원하먼서 단비에 관해 일단 계속 HA 분유 먹이라는거, 퇴원 후의 접종, 추후 검진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단비는 조산아여서 눈, 뇌, 심장 관련 f/u 진료가 모두 예약되었다.
이후 의료진과 함께 단비의 멍·상처 등 신체 상태를 체크하고 보호자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단비는 퇴원했고, 카시트에 실려 병원 밖 조리원으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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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큐 NICU 느낀점
글로 단비의 3주 니큐 대장정을 정리해 보니 참 감회가 새롭다.
강남세브란스 NICU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느낀다. 강남세브란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분들이 모두 친절하고 아기를 잘 돌봐준다는 것이 느껴졌다. 덕분에 아기도 잘 회복했고, 니큐가 아니었다면 더 늦게 알았을 호산구성 장염의 원인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강남세브란스의 니큐와 소아청소년과의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마음이 많이많이 느껴졌다. 이 글을 보지는 않으시겠지만..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필수과인 소아과와 산부인과에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대한 깊은 경외심이 들었다.
여튼, 단비는 조금 천천히 크고는 있으나, 지금도 HA 분유를 먹으면서 귀엽고 이쁘게 잘 크고 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