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의 분만병원을 대학병원인 강남 세브란스로 전원했다.
대학병원 전원을 결심한 이유
고위험 산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임신 중에 크고 작은 건강 이슈가 계속 있었다.
그 중 단비의 크기와 임신성 당뇨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특히 단비의 크기. 거대아 출산의 위험에 대해 인터넷에서 숱한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예전에 정리해 두었음..(https://lazyinterlude.com/2025/07/11291/)
또한 (임신성 당뇨병이 아닌)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수술할 때 감염 위험도 크고 회복도 느리고 여러 모로 위험하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에 수술하는 상황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작은 이유로는 최근 있었던 좌골신경통과 붓기, 치질, 체력 저하, 이전의 갑상선 수술 이력 등..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도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일반 병원에서는 분만하면서 이슈가 생기면 시스템 상 어쩔 수 없이 3차 병원으로 이송시킬 수 밖에 없는데, 그 때는 주변 응급실에 전화 돌려가면서 자리 있는 곳이 나올 때까지 뺑뺑이를 돈다고 한다. 특히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니큐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운 나쁘면 시간이 많이 지체될 수 있다고..
그래서 애초에 니큐가 있는 대학병원에서 분만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일반 분만병원은 상업성이 있다 보니 편의시설은 더 좋겠지만, 시설의 편의성은 포기할 수 있는 반면 단비와 나의 안전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해서 전원을 결정.
강남 세브란스로 전원한 이유
<자리가 있어서>,, 다른 이유는 없다. ㅠㅠㅠ
7월 초에 앞서 언급한 전원 결심이 들어 강남-분당권 대학병원들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차병원 같은 유명한 대학병원은 모두 근시일내에 예약 불가.. 12월이나 내년 초는 되어야 초진을 볼 수 있단다.
그나마 8월에 진료를 볼 수 있던 강남 세브란스로 겨우 예약했다. 사실상 선택권은 없었다.
그래도 내가 갑상선 암 수술을 한 신촌 세브란스의 계열 병원이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대학병원 전원을 위한 준비
대학병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진료의뢰서를 지참해야 한다.
따라서 원래 가던 봄빛병원에 진료의뢰서를 요청했다.
담당이신 이현 과장님에게 병원과 선생님은 마음에 들지만 이러이러한 이슈 때문에 걱정이 되어 전원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현 과장님에게는 정말로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다 이해하신다며 쏘 쿨하게 진료의뢰서를 작성해 주셨다.
이후 진료의뢰서와 의무기록 사본을 봄빛병원 카운터에서 발급받았다.

–> 진료의뢰서.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
그렇게 약속의 8월 14일, 강남 세브란스로 갔다.
강남 세브란스는 신촌 세브란스에 비해 작고 허름한 분점 같았다. 대기실 크기도 작고, 시설도 오래되었다.
일처리가 기계적이고 빠르고 능숙한 신촌세브란스에 비해 간호사들도 덜 빠릿빠릿하고 설렁설렁 일하는 느낌.
환자 수도 훨씬 적었다. (다만 내가 진료 마치고 나올 때쯤 되니 대기실에 산모가 반 이상 차 있었다.)
여튼..
접수 하면서 진료의뢰서와 의무기록 사본, 니프티 검사결과지 사본을 카운터에 제출했다.


간단 검진
간단히 몸무게랑 혈압을 쟀다. 직원이 따로 재 주지 않아서, 내가 알아서 잰 후 수치를 카운터에 알려줘야 함.
몸무게는 약 8키로 늘었고 혈압은 정상이었다.


초음파
우선 담당이신 김민아 교수님께 전원을 하는 이유를 대충 설명한 후, 초음파실로 이동했다.
초음파 기계는 봄빛병원의 초음파 기계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세브란스의 초음파 선생님은 많이 앳되고 소심해 보였다. 봄빛병원의 배테랑 초음파선생님에 비해 좀 어설픈 느낌이 있었다. 단비의 신체 크기를 재야 하는데 계속 뭔가를 놓쳐서 계속 다시 측정하고 다시 잡고를 반복하심.
단비가 협조를 잘 안 해 주기도 했는데, 안쪽(?)에 얼굴을 파묻으며 계속 움직인다고 했다.
여튼.. 덕분에 초음파를 장장 45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아야 했다. 20분쯤 정자세로 누워있으니 배가 눌리는 느낌이 들고 숨이 턱 막히기 시작해서, 중간중간에 조금씩 옆으로 누워서 쉬어야 했다.
ㅜㅜ
이건 초음파 후반에 오신 교수님과 나눈 대화:
(단비 배 크기 보고) 아기들 무게는 배 둘레가 많이 좌우한다. 엄마가 임신성 당뇨이다보니 배 둘레가 클 수 밖에 없다.
지금 31주 4일인데, 아기 사이즈는 2주 정도 크다. 몸무게는 머리둘레 배둘레 다리길이를 합산해서 나오는데, 배 둘레가 거진 4주가 크지만 합산하다보니 지금 총 2주 정도 큰 아이다.
진단명으로 거대아 기준이라고 하는데 얘는 거의 거대아..이미 큰 아기인건 결정이 되었다. 엄마가 무슨 노력을 해도, 굶어도 이 애는 클 거임 (ㅋㅋ같이 웃음 ㅋㅋ)
이 정도로 크면 자연분만에 위험부담이 있음. 아이도 그렇고 산후출혈이 있을 수도 있음.
산후출혈은 자궁이 커진 산모들에게서 많이 생긴다 (i.e. 양수과다, 쌍둥이분만, 애기큰산모,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등). 그런 산모들은 분만 후 자궁이 수축해 줘야 되는데 그 힘이 약할 수가 있음.그래서 자연분만은.. 시도를 할 수는 있겠는데 되도록이면 무리는 안 하는 것이 나음.
초산모는 예정일을 지나서 진통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기가 크다 보니 지금 속도로 가면 분명히 예정일 때는 4kg가 넘어갈 것임. 4kg 아기 출산은 골반이 좋은 170 넘는 산모도 쉽지 않음.아기 크기가 크다고 나오는 시기가 꼭 비례해서 빨라지는 것은 아님.
과다증은 아니지만 양수도 많은 편. 그치만 이거에 대해서도 산모가 지금 딱히 할 건 없음.
(애기 보면서) 아이고 통통해~ ㅋㅋㅋ
…
..
.
여튼,, 이건 생각지도 못한 입체초음파 사진! 귀여운 단비의 입초를 한 번 더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입초 단비는 내 아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너무 귀여웠다.


–> 저번보다 더 살찐 느낌.. (기분 탓일지도,,)


–> 귀여운 발..!
초진이라 진료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일단 오빠에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입초를 볼 줄 알았더라면 오빠도 데리고 왔을 것이다. 그냥 같이 와달라고 할 걸 후회했다.
여튼..
진료가 끝나고 아기 측정 수치를 받아보고 싶다고 해서, 아래 사진을 추가로 받았다.

단비 AC (배둘레)는 99%가 넘어간다. OVER.. ㄷㄷㄷ
그리고 단비 소뇌 관련 수치(Cereb, CM)가 큰 몸집에 비해 작게 나와서 조금 걱정되었다.
다만 강남세브란스의 초음파 기계가 구식인 것 같고 여러 모로 못 미더워서, 소뇌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봄빛병원의 신식 기계로 한번 더 측정을 한 후 의견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진
여튼,
다시 교수님께 진료를 받았고, 단비의 크기에 대한 반복적인 얘기 위주로 했다.
교수님 왈, 예정일 2주 정도 전에 제왕 혹은 유도분만을 하는 것을 권유한다고 하셨다.
단비 크기는 뭐.. 이제는 이렇게 결정된 아이이기 때문에 내 노력으로 작게 만들 수 있는건 아니라고 하심. 선생님이 아주 쾌활하고 캐주얼한 톤으로 설명해 주셔서 뭔가 안심이 되었다.
단비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과는 별개로, 이번 진료로 걱정은 조금 덜 수 있었다.
여튼, 이후 백일해 주사를 맞은 후 집에 왔다 (백일해 주사 때문에 이틀 정도 근육통으로 고생했음 ㅜㅜ)

–> 갑자기 진통이 오면 저 highlight 한 번호로 전화한 후 응급실로 오면 된다고 함.
진료 후기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에 대한 내 후기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작은 규모, 오래된 시설(어두운 내부, 오래된 의자) 및 장비(초음파 기기)
의욕 없는 간호사분들, 젊고 친절하지만 약간은 못 미더운 초음파 선생님
호쾌하고 시원시원하신 교수님
접근성은 좋지만 교통이 좋지 않은 위치(엄청 막힘), 불편한 주차
이 정도.!
이 건물에 산부인과 외에도 여러 과가 다 모여 있고 건물이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아서, 니큐같은 시설이 충분할지는 의문이 든다. 물론 단비가 니큐를 이용할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베스트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주수 산모 초진을 받아주는 곳이 여기밖에 없으니 ㅜㅜ 받아주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부정적인 부분 위주로 적은 것 같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교수님과의 진료도 만족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