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짤은 길에서 본 고양이]
지금은 임신 29주.
28부터 임신 후기라고 하니 난 이제 후기 임산부인 셈이다. 벌써 이렇게 되다니 ㅜㅜ
단비에 대한 감정
사실 그 전까지 임신 사실은 계속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아기에 대해선 왠지 실감이 잘 안 났었다.
그런데 입체초음파 사진을 보고 난 후 부터는 비로소 이런 아기가 내 배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 훅 체감된다. 내가 N보다는 S가 강해서 그런가보다. 다른 초음파 사진과는 달리 입초 사진은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여튼, 입체초음파 덕에 뱃속 단비에게 애틋해진 느낌도 들고 그렇다.
컨디션과 쥐
임산부가 집중력이랑 반응속도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확 체감이 될 정도로 좀만 앉아있어도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그게 티가 나는지 안색이 새하얗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음.
임당 때문에 음식을 편히 못 먹는 스트레스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아, 그리고 컨디션 저하에 빈혈의 영향도 큰 것 같다. 변비가 너무 힘들어서 철분영양제를 아예 안 먹었었는데, 병원에서 빈혈이니 철분을 먹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요즘은 울며 겨자먹기로 간헐적으로나마 철분영양제를 먹기 시작함.
그러다 보니 다시 변비가 심해져서 근 1주일 내내 화장실을 못 갔었다. 주말에 하이원에서 고기로 마지막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월요일 아침 변비약 장쾌락을 먹었는데.. 비로소 신호가 왔다. 시원스럽게 다 배출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날 회사 화장실 변기 하나를 막았다. 아주머니 죄송 ㅜㅜ
그리고 쥐는.. 계속 난다.
그저께는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났고, 바로 어제는 처음으로 종아리나 발바닥이 아닌 허벅지에 쥐가 났다. 누워서 잠 들기 직전, 다리를 살짝 틀었는데 엉덩이랑 맞닿는 허벅지 바깥 위쪽 부위의 근육이 갑자기 수축하더니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허벅지에 쥐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인생 처음으로 알았다.
애타게 오빠를 불렀지만 내 부름을 못 듣길래, 끙끙 앓다가 겨우 일어나서 방 문을 열었고, 그제서야 오빠가 달려왔다. 아프고 서러워서 또 즙 짬..
쥐가 정말 짜증나는 게, 쥐가 난 순간도 아프지만, 그 다음 며칠동안 쥐가 났던 부위에 통증이 지속된다. 근육이 손상된 느낌.. -_- 덕분에 지금도 오른쪽 허벅지랑 왼쪽 종아리가 동시에 아픈 상태.
진짜 쥐는 너무 킹받는다.. ㅠㅠ
배
배 크기가 엄청 커졌다.
주말에 엄마가 막내 임신 7개월때 사진을 보여줬는데, 내 22~23주때 수준으로밖에 안 나와 있어서 깜놀했다. 지금 내 배 크기는 엄마 만삭 때 크기라고 한다.
배가 커진 덕분에 장기가 눌려서 위로 올라간 느낌이 들고, 좀만 걸어도 숨이 차다. 체력보다 근본적인 신체 구조의 한계로 인한 운동 능력 저하.
출산 대비
출산 대비에 대한 압박이 조금씩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출산시기나 분만방식이나 모유수유나 육아방식 같은 구체적인 계획들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여겨 방치하던 미래를 강제로 구체적으로 그리게 된다.
아기를 빨리 만나고 싶으면서도, 그 후에 바뀔 일상과 인생이 두렵다.
ㅠ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