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시험] 문과가 변리사시험에 도전한다면 – 1차 시험과 자연과학

너무 까마득한 예전이라 <수기> 보단 <썰> 혹은 <경험담>에 가까운 글이다만,, 일단 시험과 관련한 일부 생각이나 경험을 조금씩 써 보려 한다. 공부 자체에 도움이 될 공부방법론적인 내용은 아니다.

문과와 변리사

나는 문과고, 2014년 진입해 3년 반 공부해서 2017년에 합격했다(기득합).

변리사는 산업재산권에 관한 자격증이고, 특허가 메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과계열 전공자들이 많이 준비하는 시험이지만, 의외로 이 시험에 진입하고 합격하는 문과생이 꽤 있다.  

시험 자체는 법과목 위주이기 때문에 사실 문과생에게 크게 어렵지는 않다. 2018년 이후부터 공학과목 위주인 2차 선택과목이 pass/fail 제도로 바뀌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다만 직업과 업무 성격이 공학 계열(특허) 위주이므로, 문과생이 변리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쨌든, 진입하려는 문과생 입장에서는 2가지 핸디캡이 있다.

  • 첫 번째, 합격 전 ‘변리사시험’에서의 핸디캡
  • 두 번째, 합격 후 ‘변리사’로서의 핸디캡

합격 전의 합격가능성과 합격 후의 진로는 둘 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 핸디캡에 대해서 여러 모로 고민 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핸디캡 1>, 즉 시험에 관한 핸디캡은 크지 않으나, 합격 후 진로인 <핸디캡 2>에 관해서는 진입 전 다방면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여튼.

우선 변리사시험에서의 핸디캡을 써 보겠다.

변리사시험에서 문과생에게는 1차의 <자연과학 과목>이라는 난관이 있다. 

2차의 경우, 앞서 언급한 2018년 선택과목 제도의 pass/fail로의 전환이 이루어져 사실상 장벽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핸디캡: 라떼의 2차 시험

라떼는 2차 시험의 선택과목이 pass/fail 제도가 아니었고, 법과목과 선택과목 점수의 합산평균제였다. 즉 20여개의 서로 다른 선택과목들의 점수가 법과목과 합산되어 평균내어진 후 그 점수를 기준으로 합격선이 그어졌다. 때문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일부 선택과목에서 깡패점수를 뿌리는 경우, 나머지 소수과목에서 반사피해를 보는 경우가 꽤 흔했다.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겠지만, 2차 시험의 4개 과목 중 필수과목인 민사소송법, 특허법, 상표법은 모두 법과목으로 점수 분포가 100점 만점에 대략 30~60점 사이이다. 40점 미만은 과락. 반면, 선택과목인 공학과목 중에서는 과목에 따라서는 정답을 잘 맞추면 8~90대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 과목들이 있었고, 이에 법과목은 면과락을 하고 선택과목에서 초고득점을 받아 평균점수를 높여 합격하자는 것이 주요 합격 전략 중 하나였다.

선택과목으로 인한 불균형을 대표적으로 보여 준, 500명 가량이 응시하는 회로이론이라는 과목에서 고득점을 뿌렸던 기념비적인 해도 있었다. 다행히(?) 그 때는 내가 2차를 응시한 해는 아니긴 했지만.. 그 해를 일컫는 ‘회로대란’이라는 용어도 생겼었다.

  • 당시 기사: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953
  • 매년 난이도로 인한 불만이 발생하고 있고 지난해의 경우 2차시험 전체 응시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회로이론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로이론의 난이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합격자의 75.38%가 회로이론 선택자로 채워져 예년보다 더욱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특히 회로이론에 고득점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시험 난이도 관리의 부실이 지탄을 받았다. 실제로 회로이론 응시자 493명 가운데 302명이 80점 이상의 고득점을 얻었다. 출처 : 법률저널(http://www.lec.co.kr)

선택과목은 보통 대학교 전공에 따라 선택하기 때문에 전기전자나 물리와 관련성이 낮은 전공의 수험생들이 회로이론, 제어공학 같은 과목을 선택해서 처음부터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점수분포가 낮은 선택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이에 따른 핸디캡을 안고 법과목 점수에서 만회해야 했다.

이렇게 선택과목별 불균형이 심해서 수험에 스트레스 받던 수험생들이 ‘회로충’, ‘유기견’ 같은 혐오 용어들을 남발하며 타 선택과목을 비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여튼 그래서 절대점수를 낮게 주거나 응시인원이 적은 선택과목을 공부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였다.  

지금은 형평성 문제로 2차 선택과목이 pass/fail 제도가 되었기 때문에 과목별 난이도 차이로 인한 큰 불균형이 없다.  선택과목은 과락만 넘기면 되기 때문에, 초고득점을 주던 과목보다는 필수과목인 민소법, 특허법, 상표법과 공부방법이나 답안작성방안이 비슷한 법과목인 디자인보호법, 저작권법이 인기라고 한다.

현재의 only 핸디캡: 1차 시험의 자연과학

따라서 이제 문과생에게는 1차의 자연과학이 단연 유일한 가장 큰 산이다.  

변리사 시험에 과고 출신이나 찐 이과생, 공대생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이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물리, 화학, 생물 등을 공부했기 때문에 자연과학이 이미 완성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문과생들은 찐 이과생들과 비교해서 (1) 자연과학에 많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법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 점수 자체가 이과생에 비해 높지 않다. 즉, 공부 시간과 시험 평균 점수라는 두 가지 핸디캡이 생긴다. 

그래서 자연과학에 투입할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래는 내가 개인적으로 활용했던 전략과 경험담이다.

나의 자연과학 전략(?)의 두 줄 요약:

  • 물리 포기하기
  • 지구과학 다 맞기

물리

나는 계산에 너무 약해서 전략적으로 물리는 아예 안 했다.

기본강의를 듣고 조금 시도하다가 이건 내가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포기했다. 계산 필요 없이 개념만 이해하면 되는 현대물리 부분만 간략히 봤고 나머지는 안 했다.  당시 변상규라는 강사님의 현대물리 특강을 들었고, 현대물리에 대한 기출만 슥 훑고 넘어갔다.

최근 10개년 물리 정답의 번호를 정리한 후 그 번호로 밀었다. 현대물리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맞췄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여튼 그렇게 10 문제 중 3개 맞음.

화학

하.. 차라리 물리처럼 처음부터 포기했으면 편했을 걸.. -_-

물리를 포기하면서 화학과 지구과학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화학은 나머지 자연과학 과목의 구멍을 메꾸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화학이 너무 어려워서 시험 직전까지도 오전 내내 화학만 공부했다.  이건 정말이지 엄청난 시간 할애다.  1차 과목 3개(민법, 산업재산권법, 자연과학) 중 하나의 1/4밖에 안 되는, 그러니까 1/12 분량의 과목을 위해 하루의 1/3인 오전 시간을 통채로 쏟아 부었다는 거니깐. 

한빛학원의 서형석이라는 강사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설명력도 좋고 강의가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안 좋았던 것은 내 머리 뿐..

그렇게 열심히 화학을 공부한 결과, 다 찍은 물리랑 똑같이 10문제 중 3개 맞았다..ㅋㅋ

생물

생물은 양이 너무 많아서 앞 부분(?)만 공부했다. 앞 부분의 명칭을 까먹었는데, atp 세포 유전자 호르몬 이런 내용이었음. 뒷 부분인 동식물 생태 부분은 이야기 읽듯이 쭉 읽고 잘 안 봤다. 한빛학원의 이름도 잊어버린 어떤 강사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생물 자체가 노잼일 뿐더러 양도 너무 많아서 듣기 힘들었다. 솔직히 화학 열심히 하느라 생물에는 소홀히 했다.

그래서 10문제 중 4개 맞은 듯.

지구과학

지구과학은 무조건 하나도 안 틀린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합격의법학원에 박준희라는 명강사님이 있었는데, 그 분의 정리강의를 듣고, 서브노트를 만들어서 기출과 객관식 내용을 다 정리해서 풀었다. 그 분이 시험 직전에 하루 full 로 내서 해 주는 정리강의가 있었다. 강의 이름이 킬리만자로 강의였나.. 그게 내용 정리 및 복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다행히 지구과학은 수월하게 풀었고 다 맞았다.

지구과학이 없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다.

..

.

여튼 결과적으로 합격한 두 번째 1차 시험에서 자연과학 점수는 ^50점^ 이 나왔다..  97.5점 나와 주었던 민법이랑 90점의 산재가 멱살 잡고 평균 끌어올려줘서 겨우 합격..

변리사 1차 자연과학 전략 돌아보기

문과생 입장에서 자연과학은 전략적 접근이 정말 중요하다.

물리 강의에서 변상규 강사님이 얘기해 준 일화가 있다. 변상규 강사님은 서울대 물리(?) 대학원 과정에 있었는데, 변리사시험의 자연과학 시험지를 같은 랩실 후배들에게 주면서 풀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변리사시험 자연과학 난이도 자체가 어렵지는 않아서 후배들이 다 풀 수는 있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는 문제를 다 풀지 못 했다고 했다.

즉, 물리와 계산이 체화된 이과생이 아닌, 후발주자인 문과생 입장에서 물리를 포함한 4과목을 다 시간 내에 온전히 풀어내는건 무리라는 거. 어차피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다.

따라서 문과생에게는 노력 대비 점수가 보장되지 않는 자연과학에는 투입할 노력의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법과목을 정교하게 공부해서 평균을 올리는 것이 좋다.

나처럼 물리 화학 생물 중 포기할 과목 한 두개 정도를 정해서 한 번호로 미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솔직히 하나가 아니라 두 과목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과목이 줄면 나머지 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더 잘 확보된다는 장점도 있고, 포기할 과목을 시야에서 완전히 제껴 버림으로써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는 장점도 크다.

대신 나처럼 한 과목 포기 전략을 채택할 경우, 지구과학은 무조건 다 맞아야 한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지구과학은 무조건 다 맞아야만 한다. 지구과학에는 사활을 걸자.

두 과목을 포기한다면, 안 포기한 두 과목은 다 맞아야 한다. 그 다음 포기한 두 과목은 답안을 한 번호로 밀어서 각 2~3개씩 총 5~6문제 정도 맞으면 자연과학 60점 중반대는 나올테니 법과목만 잘 나온다면 합격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여튼 여기서도 지구과학은 다 맞아야 함.

나머지 합격 후 핸디캡 얘기는 나중에 이어 써야겠다.

#변리사시험

Sun [WP]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뇌피셜 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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