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내가 현금 거지라는 것을 깨닫고,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급히 근교의 폭포를 보러 갈 예정이었던 마지막 일정을 삿포로 구경으로 변경하고, 숙소도 삿포로 내의 dormy inn 호텔로 옮겼다. dormy inn은 야식도 아침도 주기 때문에..,,
그렇게 12월 6일은 삿포로 시내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사실상 일본을 full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Love Espresso]
홋카이도는 해산물은 말 할 것도 없고, 구황작물류, 계랸류, 과일류 등 식품 원물이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홋카이도산 우유도 맛있고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침잠도 깰 겸 신선한 홋카이도 우유를 맛보기 위해, 일찍부터 카페라떼로 유명한 카페 <Love Espresso> 라는 곳에 갔다.
Love Espresso:
https://maps.app.goo.gl/dU9Wb1FMvELdhpbh7
여기는 무슨 유튜버가 소개해서 인터넷에 많이 회자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이 이미 몇 그룹 있었다.
나는 남은 동전을 소진해서 아이스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친절한 점원이 내 어설픈 동전고르기를 도와주었다.
편해 보이는 창가쪽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내가 앉은 안쪽 자리는 좀 어정쩡했다. 탁상이 맞은편이 아니라 옆에 있는데다가 통로와 카운터가 정면에 바로 보여서 너무 exposed 된 느낌.
커피는 우유랑 커피향이 둘 다 진하게 느껴져서 무척 맛있었다.
맛있어서 쭉쭉 들어가는 커피 + 불편한 자리 + 빨리 다른 곳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 +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의 압박의 4단 콤보로 인해 커피를 엄청나게 빠르게 흡입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세이코마트]
Love Espresso 에서 마셨던 카페라떼가 마음에 들어서, 이번엔 순수한 우유를 마셔 보고 싶어졌다. <세이코마트>라는 일본 로컬 편의점에 홋카이도산 우유를 판다고 해서 세이코마트에 갔다.
그런데.. 당연히 <편의점>이니 가능할거라 생각했던 세이코마트에서 알리페이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ㅜㅜ 그래서 여기서도 결제 실패한 채 후퇴.
그 길로 다른 이름은 잊어버린 로컬 브랜드 마트도 갔는데, 역시 알리페이 결제를 안 받아줘서 실패. 현금거지는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사진은 먹고 싶었던 세이코마트의 우유 아이스크림과 우유.
[AOAO 아쿠아리움 1차 실패 + LOFT 쇼핑]
이후 삿포로의 아쿠아리움인 <AOAO SAPPORO>로 향했다. 원래 가려던 호수랑 폭포를 포기할 수 있게 한 가장 큰 동기가 AOAO SAPPORO다. 오타루 아쿠아리움에 못 간 만큼 여기는 꼭 가고 싶었다.
AOAO SAPPORO:
https://maps.app.goo.gl/8MVsigviv528Qv928
https://aoao-sapporo.blue/
아쿠아리움으로 올라가는 길에 Loft 라는 문구점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가 또 소비를 해 버렸다. 잘 붙이지도 않는 스티커, 쓰지도 않는 편지지, 접지도 않는 종이접기용 색종이 따위를 잔뜩 샀다. 다른 곳에서 결제가 잘 안 되다 보니 알리페이만 되면 바로 보복소비를 하게 되는 듯..ㅋㅋ
그런데 결과적으론.. 막상 4층에 올라와 보니 AOAO 아쿠아리움 티켓 결제가 알리페이로 안 되는 것이었다..!
왜 아쿠아리움에서 알리페이를 안 받아주는 거지.. 그리고 난 왜 당연히 알리페이가 될 거라 생각한 거지.. 난 왜 거지인 거지인 거지.. 완전히 좌절했다 ㅜㅜ
[스타벅스와 자판기우유와 식당가와 환전소]
AOAO 아쿠아리움을 못 가게 되자, 갈 곳 없는 빡침과 함께 허기짐이 몰려왔다.
근처를 걷다가 알리페이를 받아주던 어떤 편의점(세븐일레븐 혹은 로손이었던 듯)에 들어가 즉석우유를 사서 한 잔 했다.
스타벅스에서 신기한 피스타치오 음료를 발견했지만.. 스벅도 알리페이를 안 받아서 결국 피스타치오 음료도 못 사먹음 ㅜㅜ 그나저나 요새 한국에서 피스타치오 간식류가 유행이던데 일본이 1년정도 시대를 앞서나갔네.
근처에 직장인용 지하 식당가가 있어서 가 보았다. 이런 곳에서는 <당연히> 알리페이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이게 제일 문제), 역시나, <당연히> 받지 않는다고 확인사살만 당했다.
솔직히 식당에 못 가는건 그냥 편의점 이용하면 되니 크게 화가 나지 않았는데.. AOAO 아쿠아리움에 못 가게 된 것 때문에 정말 열받았었다.
그러던 와중, 힙색 한구석에 쳐박아두고 잊고 있던 남은 현금을 발견..! 4만원 정도의 현금을 득템했다. 그 길로 파르코백화점 지하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했고, 약간의 엔화를 확보했다.
그렇게 AOAO 아쿠아리움 입장료(2200엔)를 내고도 남을 넉넉한 돈이 생겼다..고 당시엔 생각했다. 학습력 제로,,
이 모든 과정에서 꽤 많이 움직였고, 덕분에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너무 피곤했던 관계로, 마음의 고향 Dormy inn 호텔에 체크인 및 재정비를 했다.
Dormy Inn PREMIUM Sapporo:
https://maps.app.goo.gl/NkaGfD1YvssgdjQw5
삿포로에 처음 도착했을 때 폰 배터리가 없어서 난감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https://lazyinterlude.com/2024/10/3276/) 호텔에서 폰 충전도 해 두었다. 호텔 안마의자랑 아이스크림으로 사람 충전도 해 두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
조금 쉰 후 삿포로 맥주 박물관으로 향했다.
Sapporo Beer Museum:
https://maps.app.goo.gl/7ursGsW1WffhQnTM9
여기서 내가 또 간과한 것은,, 박물관의 closing time과 마지막 입장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맥주박물관의 운영 시간이 6시까지라고 해서 5시 반쯤 도착해서 슬쩍 보고 나와야겠다고 나름 계산하고 갔는데, 5시 반 정도부터 아예 입장을 받지 않던 것. 덕분에 박물관 주변만 한 바퀴 돌고 나왔다. 결론은 허탕.
굿즈의 나라답게 전시해 놓은 맥주박물관 굿즈들
오망성 난간
여튼.. 확보한 현금으로 오는 길에 세이코마트에서 우유를 사 먹었다. 우유는 고소하고 맜있었다.
길을 걷다가 sweet lady jane 이라는 카페가 눈에 띄길래 홀린 듯이 들어갔다.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쿠키랑 빵 몇 개를 집어왔다.
여기 쿠키는 하나같이 이쁘고 귀엽게 생겼다! 타르트도 엄청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데 안 샀다 ㅜㅜ 지금 생각하니 타르트가 아쉽네.
여튼 그렇게 AOAO SAPPORO 입장료 정도만 남기고 또 현금을 대부분 탕진했다.
세븐일레븐에 붙어있는 세븐틴을 보고 국뽕도 한 모금.
여튼.
그렇게 대망의 마지막 목표인 <AOAO SAPPORO> 로 향했다.
…
..
.
비록 AOAO SAPPORO가기 전까지는 허탕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이 날의 삿포로 시내 탐험은 꽤 재미졌다. 기억에도 많이 남았다.
첫 일본 여행이라서 그런지 한국과 비교되는 재미있는 포인트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말 나온 김에 일본 여행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느꼈던 점을 생각나는대로 써 보겠다.
[일본인]
일본 사람들은 확실히 친절했다. 앞뒤가 다르고 혐한으로 와사비 테러를 한다는 등의 인터넷 괴담이 무색하게, 적어도 내가 일본에서 접한 일본인들은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뭔가 물어보면 성의있게 알려주고, 언어의 장벽이 느껴지면 필담+번역기를 통해서라도 도움을 주려 했다.
[일본 남녀]
삿포로 사람들은 오타루만큼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에 비해 체구가 확연히 작았다.
우선 키 160cm대 정도의 젊은 남자들이 흔하게 보였다. 키 뿐만 아니라 얼굴도, 머리통도, 어깨도, 팔다리도, 눈코입도 다 작고 마르고 얇았다. 때문에 남성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여자들 역시 작고 마른 것은 매한가지였다. 허나 남자들과는 달리, 작고 마름이라는 속성은 여자들에겐 여리여리함과 귀여움이라는 매력을 부여했다. 한국 여자들에 비해 얼굴 자체가 예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남자라면 작고 귀여운 그녀들을 지켜주고 싶을 것 같았고, 왜 일본 여자가 인기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앞서 말한 이유로 한국 남자 – 일본 여자 커플의 성사는 쉽겠지만, 한국 여자 – 일본 남자 커플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의 의사소통]
나는 일본어를 전혀 못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간단한 일본어 회화 같은 것들을 익히지 않았다. 어중간한 일본어로 버벅대면 오히려 더 무시당할테니, 차라리 그들도 못하고 나도 못하는 영어를 때려박자는 마인드. 지옥의 밸런스맞추기다..ㅋㅋ 그러기 위해 “와타시와 니혼고와 데키마셍” 만 외워갔다. “스미마셍, 와타시와 니혼고와 데키마셍” 후 “잉글리시 오케이?” 한 다음에 영어 박기.
여튼 그렇게 하면, 일본인들이 어느 정도 영어로 대답하려고 노력들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당황한다. 젊은 나이의 알바생들조차도. 아예 필담만 하려는 일본인들도 있고, 일본어로 더듬더듬 대답하는 일본인들도 있었다. 여튼 전반적으로 한국사람들보다 훨씬 버벅대고 어려워한다.
발음 문제도 있었는데, (물론 그들도 콩글리쉬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일본식 영어 발음은 또 다른 차원으로 알아 듣기 어려웠다.
이런 일본 사람들의 영어 울렁증이 영어 교육 방식 때문인지,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발음에 받침이 없는 일본어의 발음 구조 때문인지 궁금해졌다.
[일본의 운전과 신호]
횡단보도와 도로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났다.
우선 삿포로에는 일방통행인 3~4차선 도로들이 많았다. 일방통행 도로는 한국에도 있지만, 대부분 1차선이다. 일방통행 방식을 채택한 다차선 도로가 거미줄처럼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 삿포로 도로의 한국과는 다른 점이었다.
이로 인해, 일방통행 다차선 도로들이 교차하는 사거리의 보행 신호 체계도 한국과는 조금 달랐다. 동/서, 남/북 처럼 마주보는 두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한번에 켜졌다.
자동차 입장에서는 특정 도로 쪽으로는 아예 진입을 못 하게 되니 불편하겠지만, 단순화된 차량 주행 방향 덕에 신호 체계 또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정리되었다. 덕분에 신호를 예측하기도 쉬웠고, 한국에 비해 보행자 친화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 도로의 차량 주행 방향은 한국과 반대인데, (그래서 예전에 <왼작오큰>을 외워가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양방통행 거리에서 차가 지나가는 방향이 묘하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사진은 양방통행 거리와 귀여운 박스카들.
[일본의 거리]
일본의 거리는 정말 깨끗했다. 냄새도 덜 나고, 한국이라면 응당 쓰레기가 많이 있거나 퀘퀘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좁고 어둑한 골목길도 쓰레기 없이 깔끔했다. 그래서 골목 구석구석을 걸어다니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일본의 결제]
음 이게 날 가장 빡.. 화나게 했던 포인트^^ 아 물론, 가장 분노해야 할 대상은 실물 카드를 안 챙긴 대책 없는 불과 며칠 전 <과거의 나 자신>이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를 모든 가게들이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만,, 일본은 아직 only 현금만 받는 가게들도 있을 만큼 아직 현금이 main인 사회였다.
여튼 현금과 실물카드가 모두 없는 입장에선, 대충 문 앞이나 카운터에 붙어있는 결제 공고(?)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네이버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랑 연동되기 때문에, 저 <영어 알리페이>표시가 있는 곳에서는 카카오페이 QR로 결제가 가능하다. <한문 알리페이>나 <라인페이>는 안 됨.
가능: 영문 알리페이
불가능: 한문 알리페이, 라인페이
여튼.
이날 거지 신분으로 찍은 일본의 거리 사진을 몇 개 더 투척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하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