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슈카월드 유튜브를 봤다.
주제는 대충 청년 유출이다.
대충 포르투갈은 임금이 낮음, 포르투갈에서 경제 부양하려고 투자이민 정책을 시행함, 그게 오히려 은퇴자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음, 자국 젊은이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집값을 못 이기고 떠나면서 인재 유출, 근처 일본도 임금 상승이 거의 없는 국가라 비슷한 고민이 있지만 포르투갈 정도는 아님, 한국 퐈이팅하자, 뭐 대략 이런 내용이다.
이 중 난 포르투갈 경제, 사회에 대한 설명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내가 실제 접했던 포르투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 초에 포르투갈 여행을 갔었다. 포르투갈-스페인 두 나라를 갔었는데, 출발 전에는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갔다 와 보니 스페인보다도 포르투갈이 훨씬 기억에 남았다.
포르투갈 여행이 만족스러웠던 이유가 이 슈카월드 영상에서 다뤄진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이유를 생각하자면,
1. 낮은 물가.
렌트카 비용, 외식 비용 등 물가가 스페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훨씬 저렴했다. 낮은 임금으로 인해 물가도 낮은 듯 하다.
2. Friendly 하고 호의적인 현지인들. 원활한 의사소통.
리스본은 관광 도시라서 그런지 부랑자도 좀 보이고 현지인을 제대로 접했다고 느낄 기회가 없었지만, 근교 여행을 갔을 때 현지인들과 대화해 볼 기회가 있었다. 나랑 대화한 사람이 이 은퇴 이민자였다. 여튼 그 분의 호의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포르투갈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과는 달리 영어를 아주 잘 한다. 관광지를 벗어나면 영어가 잘 안 통하는 스페인과는 달리 포르투갈에서는 영어로 의사 소통이 안 되는 경우는 겪지 못했다. 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귀찮아하던 스페인 사람들과는 달리 포르투갈 사람들은 내 콩글리쉬도 너그러이 받아주었다.
3. 맛있는 음식.
음식, 특히 해산물 요리가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생선은 대구(codfish, bacalhau)이다. 대구는 마치 생선계의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존재이다. 포르투갈어로는 bacalhau인데, 처음 bacalhau 요리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bacalhau가 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당신은 포르투갈에서 bacalhau 를 찾을 필요가 없다. bacalhau will find you” 라는 식의 글을 봤고 이 문구가 뇌리에 꽂혀서 한동안 읊조리고 다녔다.
아마 이 기사였던 듯? ㅋㅋㅋㅋ
link: https://www.afar.com/magazine/iconic-portuguese-dishes-and-where-to-try-them
4. 아름다운 자연과 건물들
사진 몇 장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여튼.
포르투갈에 있을 때, 소위 ‘관광지’라고 하는 리스본 도심을 떠나, 렌트카를 타고 근교를 여행했다. 미리 알아본 식당에 가기 위해 Cascais 쪽으로 향했다.
Cascais 는 리스본 근교 도시인데, 리스본 시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리스본에서 본 차들은 대부분 연식이 10년은 족히 넘는 듯한 낡고 작은 박스카나 소형차였는데, Cascais 부근으로 가면서 차의 크기가 점점 커졌고 멀끔하고 광나는 새 차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도 마찬가지였다. 좁은 골목을 끼고 켜켜이 거주지가 들어차 있던 리스본 시내와는 달리 Cascais 쪽의 집들은 대부분 마당 딸린 크고 번듯한 주택이었으며, 주택가 주변 도로도 조경수 등으로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부촌.
여튼 그렇게 식당 <Monte Mar> 에 도착했다.
식당 주차장에는 벤틀리, bmw, 벤츠, 테슬라 등 리스본 시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비싼 브랜드 차량들, 소위 고오급 차량들이 정차되어 있었다. 벤틀리가 무려 2대! 나는 이 쟁쟁한 차들 사이에 렌트카 ^토요타 yaris^를 자랑스럽게 주차했다.
그렇다면, 벤틀리 타는 사람들이 찾는 이 식당의 가격이 비싸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아주 reasonable 한 가격이었음. (물론 이 식당이 애초에 진짜 고오급 식당이 아니라 대중적인 식당일 수도 있음) 그리고 식당에 있는 나머지 손님들은 완전 현지인이었는데, 관광객으로 점철된 식당이 아닌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식당이라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여튼. 여기 요리가 정말 맛있었다. 상그리아도 맛있었고, 생선도 전혀 비리지 않고 진짜 너무 너무 맛있었다. 포르투갈에서 먹은 해산물 요리는 대부분 맛있었지만, 그 중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 식당의 생선 요리를 꼽을 것이다. (여기서 먹은 생선이 대구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남,,) 신선하고 부드러운 생선살에 버터 녹인 소스를 찍어 먹으며 제대로 입호강을 했다.
식당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통창 덕에 바위와 바스라지는 파도를 아주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 있다.
근처 테이블의 어느 외국인 노부부가 바닷바람을 만끽하고 싶었는지 점원에게 창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창문 열어도 괜찮겠냐고 양해를 구했고, 나는 of course 라고 엄지척을 해 드렸다.
이후 아내분이 내 자리 쪽으로 오시더니 갑자기 뷰가 좋은 pub을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내 폰을 받아 손수 구글 지도에 pub 주소를 찍어주셨다. 그러면서 먼저 묻지도 않은 본인들 얘기를 꺼내셨다. 그 부부는 다른 나라(무슨 나라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남)에서 지내다가 은퇴하고 몇 년 전 여기 포르투갈로 이사 왔다고 했다. 포르투갈이 아름답고 살기 좋아서 아주 만족한다고 하셨다.
추천 받은 pub은 시간관계상 가지 못 했지만.. 다음에 포르투갈에 오게 되면 꼭 가려고 구글 지도에 저장해 뒀다.
식당: Restaurante Monte Mar
https://maps.app.goo.gl/EQkdWdL5zmXWU7ag7
추천받은 펍: Moinho Dom Quixote
https://maps.app.goo.gl/1kXhJ7NpnJ1arQWM9
여튼.
저 노부부가 슈카월드 영상에서 언급된, 소위 “투자이민으로 포르투갈에 와서 부동산을 산 후 여생을 즐기는 이민자”였던 것이다. 과연 그 여유로운 미소와 태도는 그들의 넉넉한 마음의 곳간을 보여줬던 듯 하다.
임금이 낮고 집값이 높은 국가라니 얼핏 최악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만, <은퇴 후>로 관점을 전환하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임금이 낮은 만큼 물가는 저렴할테니 생활비 걱정이 덜 할테고, 집값이 오르면 내가 사 둔 집 가치가 상승할테니까. 그래서 한창 생산성 높은 나이일 때 돈 벌면서 자식 키우기에는 좋지 않겠지만, 은퇴하고 가서 집 사 두고 여생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이번 영상을 보니 포르투갈에 은퇴한 후에 실제로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슈카월드 영상에 대한 짧은 생각을 더하자면, 당연한 말이지만, 새로운 국가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언어가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슈카월드 영상에서는 포르투갈의 청년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타국에 유출된다고 설명한다. 반면 함께 언급된 저임금 국가인 일본은 상대적으로 청년 유출이 덜하다고 한다. 일본 청년들이 일본의 깔끔함과 안전함 때문에 적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남아있는다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언어가 가장 큰 걸림돌이겠다고 생각한다. 영어가 만국공통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니 영어를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내가 보았던 일본 사람들은 확실히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심했다. 단순히 발음 문제가 아니라 울렁증 수준으로 영어 의사소통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언어 장벽 때문에 타국에 나가서 정착하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공용어가 내 모국어가 아닌 국가에 산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지는 못 하더라도, 그 국가에서 일상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려면 일정 수준의 언어 능력은 필수적이다.
지금은 내가 한국에 살지만, 여생을 한국에서만 보낼지는 확신할 수 없다. 솔직히 나가고 싶은 생각이 크다. 그래서 내가 나중에 정말 확실히 살고 싶은 국가가 생기면, 그 국가의 공용어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익혀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영어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다고 할지라도 역시 그 국가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과 그렇지 못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니, 나중에 포르투갈에서 살 것을 대비해서(?)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튼.
결론은 나도 그 <행복한 은퇴 후 포르투갈러>가 되고 싶다는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