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가 되면서 나는솔로에 신청했었다. 사실 술 조금 먹고 밤에 충동적으로 메일 보냈는데..ㅋㅋ 지원서 포맷을 받아보게 되어서 지원서를 제출,, 여차저차 아주 순식간에 인터뷰 일정이 잡혀서 사전인터뷰를 하고 왔다.
전화 연락 온 후 바로 다음날로 인터뷰 일정이 잡혔기 때문에 사전인터뷰를 위해 살 빼고 관리하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촌장엔터테인먼트는 목동 쪽에 위치한다. 나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이전 면접자들 인터뷰가 길어져서인지 일단 대기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무기한 연락 대기 상태가 되었다. 근처에 있는 바나프레소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기다렸다.
한 30분쯤 대기하니 비로소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아 12층으로 올라갔다. 12층에는 촌장엔터체인먼트 문패가 붙인 철문이 있었다. 문패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스탭분이 마중 나와계셔서 못 찍음.
사무실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본방 사전인터뷰나 라방에서나 보던 공간을 실제로 접하니 무척 신기했다.
광고 방지 때문인지 스탭분이 내 바나프레스 커피 슬리브를 나는솔로 슬리브로 교체 해 주셨다.
사무실에 스탭분은 두 분 계셨다. 면접은 남규홍 피디님이랑 직접 했고 30분가량 소요됐다.
남규홍 피디님 실물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과 똑같았고, 목소리도 나긋나긋한 것이 사전인터뷰나 라방에서 듣던 그것과 같았다. 실제로 접하게 되니 정말 신기했고 재밌고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 상황이 너무 신기하고 즐거워서 연신 웃음이 나오는 걸 참느라 혼났다. 남규홍 피디님한테 나는솔로 정말 좋아한다, 나는솔로 본방 사계 미방분을 다 챙겨본다, 피디님 하신 인터뷰 기사도 읽어봤다고 말씀드리니, 시간이 많네 ㅎㅎㅎ 하심..ㅋㅋㅋㅋ
여튼 인터뷰의 내용을 전부 쓰긴 노잼이고, 대강 기억나거나 인상적이던 대화를 아래와 같이 기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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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직업 얘기, 살아온 얘기, 이전 연애 얘기, 이상형 얘기를 좀 길게 했다.
이 중 이상형에 관한 대화가 내겐 정말 정말 인상깊었다.
나는 지원서에 이상형을 이렇게 썼었다. 그리고 출연자 중에서는 19기 영수, 20기 광수, 21기 광수가 스마트하고 강단 있어서 마음에 든다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남규홍 피디님은 “남자로서의 가치 이런걸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겠네.”라고 하셨다. 과연 날카롭다고 느꼈다. 내가 원하던 그 막연한 무언가에 대한 관념을 건드리는 말이었고, 이 짧은 경험이 내 이상형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번 돌싱기수에서는 광수를 뽑겠네. 그분이 제일 알짜배기다.” 라고 하셨는데, 이것도 내가 이번 기수 시청하며 느꼈던 그대로였다. 맞다고, 광수가 똑똑하고 판단도 빠른 분 같다고, 잘 알아보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남규홍 피디님은 나한테 돌싱도 상관없냐고 물었고, 나는 자녀 없고 나머지가 다 괜찮으면 별볼일없는 미혼보다는 돌싱이 낫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정해진 질문을 하기보다는 내 레쥬메 슥 읽으면서 생각나는 대로 질문하시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지원서에 날티나는사람, 멍청한사람 싫다고 적었는데, 보고 날라리랑 멍청한사람 중에 누가 더 싫은지 물어보셨다(날라리가 안 멍청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굳이 고르자면 날라리는 이미 자아가 확립돼서 변화가 어려우므로 그나마 교정이 가능한 후자가 그나마 낫겠다고 답변함).
이것 말고도 자잘자잘한 질문들을 받았다. 이를테면 연애할때 어떤지(연인에게 굉장히 잘해주는 스타일이라고 답변함), 나를 위해 가장 크게 투자한게 먼지(자동차라고 답변함) 등을 물어보심.
나한테도 궁금한거 없냐고 하시길래 이 때다 하고(??) 덕심에 이것저것 물어봤다. 아래가 생각나는 것들이다:
어떤 기준으로 출연자를 선정하냐고 질문했다. 누구한테 소개해주기 떳떳한 사람이라 답변받았다. 뭐 하고 다녔는지 불명확한 사람, 잃을게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고 한다. 문제를 일으키면 프로그램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걸 가장 조심한다, 직업이 확실하면 이런 류의 걱정이 덜한 편이라고 설명하셨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나는솔로에 출연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면, 본인이 예기치 못한 과거로 물의를 일으킬 염려 없는 안전한 사람이라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경험적으로 데이터가 쌓일 텐데, 배치 후 촬영 전에 염두에 두는 예상 커플이 있는지, 그리고 6명씩 배치한 다음에는 커플이 어떻게 형성될지 감이 오는지 질문했다. 예상과는 달리 그런 것 까지는 피곤해서 잘 생각 안 한다고 답변 받았다. 낙천적이라서 일단 던져놓고 될 대로 되라는 마인드로 진행하신다고 한다. 사람이 12명이면 변수가 많아서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한다고 한들 의미가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여튼.
그렇게 면접을 마무리하고, 5장 정도의 추가 서류를 받았다.
추가 서류는 2가지인데, 체크리스트와 사전계약서다. 체크리스트 문답에서는 결혼 사실혼 범죄 학폭 정신질환 등 방송 출연에 결격사유가 있는지, 유튜브나 타 방송에 출연한 이력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한다.
사전계약서에도 사인한다. 사전계약서에는 복잡한 내용은 없고, 모두 촬영하게 될 경우를 전제로, 방송 전까지 촬영 내용을 유출하지 않겠다, 비슷한 타방송 몇 달 동안 출연 안 하겠다, 무단이탈 안 하겠다는 내용 등이 있다. 이날 한 사전인터뷰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없었기 때문에 블로그에 이 후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ㅋㅋ
이후 전신샷, 테이블샷 2장을 찍는다.
나가기 전에 기념품으로 우산을 받았다. 겉보기에는 일반 우산이고 택도 그냥 일반 브랜드이길래 완전 기성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펼쳐보니 나는솔로 로고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었다..ㅋㅋㅋㅋㅋ 엄청난 전리품! 소중히 간직해야지.
이후, 면접 바로 다음날 갑자기 며칠 후 일정으로 급하게 촬영 제의 연락이 왔었는데(급하게 결원이 생겨서 땜빵이 필요했던 듯..?) 회사 일정 문제로 못 나간다고 말씀드렸다. 진짜 일정이 있긴 했음.
출연자들에게 디파짓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출연에는 의무감이 없다. 그래서 직전에 마음 바꾸고 막판에 펑크 내는 사람이 좀 있나보다. 사실 펑크 사유를 <좋은 사람 생겨서>라고 하면 제작진 입장에선 할 말이 없을 듯. 그래서 가끔 남자 7명 이런식으로 인원 불균형인 기수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프로그램 만드는 것도 사람들 모으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솔로를 만들어주시는 그들의 노고에 무한 감사를.
내 성향과 니즈를 생각하면 굳이 출연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만, 이날의 남규홍 피디님은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남규홍 피디님이 있는 회식자리 같은건 한 번 쯤은 참여해 보고 싶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