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Dormy inn 호텔 조식을 먹었다.
전날 카이센동이랑 야식까지 알차게 먹었기 때문에 조식은 가볍게 때우자는 생각으로 조식뷔페로 향했는데, 그 결심은 뷔페를 보자마자 깨졌다.
Dormy inn 조식은 진짜 혜자다. 카이센동이랑 구운 해산물이랑 스프카레랑 일본가정식(?) 반찬류랑 빵이랑 디저트가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카이센동용 해산물은 신선했고 비리지 않았다. 카이센동을 만들어 생선구이, 조개구이, 계란후라이를 곁들여 먹었다. 다 맛있었다.
이후 스프카레랑 요거트, 디저트, 과일도 먹었다. 아침부터 속이 아주 든든해졌다.
[오타루 운하]
조식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일본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아직 7시쯤이라 가게나 관광명소들이 오픈하기 전이었다. 그래도 일본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났다. 전날 돌아다닐 때는 어두웠던 거리를 밝은 상태에서 다시 보니,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광경들이 보였다.
오타루 운하를 따라 걸었다.
운하는 유럽이 섞여있는 듯 했다. 서구적인 느낌이 위화감 없이 어우러져 있어서 운치있고 멋졌다. 유럽이 연상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낮은 주변 건물과 한적한 분위기, 낡고 고풍적인 주변물인 가로등이나 관리소 건물, 흐린 날씨, 그리고 울퉁불퉁한 돌 조각(?) 타일로 포장된 도로 때문인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바닥의 울퉁불퉁한 돌 타일이 유럽 느낌의 가장 큰 요인인 것 같았다. 한국에서 이런 항구나 운하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만약 한국에 이런 운하가 있었다면 바닥이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무심하게 포장되거나 큼지막하고 맨들맨들한 타일 바닥으로 시공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오타루의 사람과 차들]
운하를 산책한 후 큰길가로 돌아가니 거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큰길가 부근은 관광이 main인 거리는 아니어서 현지인들이 많이 보였다. 오전 시간이었기 때문에 출근 중인 것 같았다.
도심이 아닌 이 곳도 고령화가 진행중인지 길거리에서 본 현지인은 대부분 중년 이상이었다.
오타루에서 본 현지인들에 대해 평을 해 보자면, 우선 오타루 사람들은 확실히 체구가 작았다. 이후에 본 삿포로 사람들과 비교해 보아도 오타루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작았다.
특히 운하 부근에서 본 현지민들은 대부분 나이 들은 아저씨와 할아버지였는데, 대부분 기본 골격이 작은데다가 까무잡잡하고 아주 말랐고 살짝 구부정했다. 한국도 농어촌 지역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이 대부분 체구가 작고 나이가 많은 경향이 있는데, 오타루 운하 부근의 현지인들도 비슷한 듯.
흥미로웠던 것은 롱패딩을 입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거다. 한국보다 더 추운 지역임에도 대부분 두껍지 않은 일반 외투를 입고 있었다. 외투의 종류도,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미쉐린같은 울룩불룩한 형태의 빵빵한 패딩이 아닌, 굴곡 없는(?) 얌전한 표면의 중간 길이 외투가 대다수였다.
신발은 부츠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바닥 밑창이 안 미끄러지게 처리된 기능성 부츠가 많았다. 운동화도 역시 밑창이 미끄럼방지로 처리되어 보이는 것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눈이 자주 와서 그런가 보다. 또 방한모자를 쓴 사람도 한국에 비해 많았다.
자동차는, 작은 박스카(한국으로 치면 레이 같은..)가 정말 많았다. 트럭도, suv도, 9인승 승합차조차 미묘하게 작았다. 사람과 자동차 그 모든 것을 8~90% 정도 리사이징한 느낌.
어색하게 조그마한 트럭과 레이였지만 탑승자들의 체구도 함께 작아주어서 그 작음이 서로 잘 맞물렸다.
[유리공예 박물관 오르골만들기 체험]
오르골 거리로 가서 구경했다. 우선 예약해 둔 오타루 오르골당 공방에 가서 오르골 만들기 체험을 했다.
Orgel Doh Group Music Box Shop: https://maps.app.goo.gl/BKWYbnjSV6ERWhaW8
https://www.otaru-orgel.co.jp/craft-experience
https://www.otaru-orgel.co.jp/craft-experience/topping-kit
한국이었으면 굳이 안 했을 것 같은데.. 그냥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건 유리공예 체험장 입구!
아무도 없어서 맘 편하게 만들었다. 그냥 예약해 둔 재료를 받아서 점착제로 파츠를 붙이면 끝.
만들면서 더 예쁘게 만들려는 욕심이 들 수 있는데, 그럴 경우 파츠를 따로 산 후 추가로 붙일 수도 있다. 점착제가 굳는데 일정 시간 (2시간이었나..?) 걸린다.
이건 유리공예 결과물. 거울에 파츠를 붙이니 꽤 이쁘다.
[카이센동]
점심으로 카이센동과 하이볼을 다시 먹었다. 상호는 기억 안 남.
맛이 좋았지만 전날 갔던 곳이 더 맛있다고 느꼈다.
먹고 나서 걸어오는 길에 관광객을 위해 공짜로 나눠주는 오리가미 바구니를 발견했다. 거북이, 학, 양산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나는 공 모양 오리가미를 하나 집어왔다. 미국이었으면 마약이 무서워서 안 집었을텐데..ㅎㅎ 공 오리가미는 풀로 마무리를 한 건지 꽤 견고하게 조립되어 있었다.
[유리공예 거리 구경]
유리공예 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낮이 되니 길거리에 사람이 꽤 많았다. 여기저기 LeTAO 지점이 있었다.
[시계탑]
오르골당에 다시 방문. 오르골당 앞에는 유명한 Otaru Steam Clock(오타루 증기시계탑) 이 있다.
시계탑에서는 15분마다 스팀과 노래가 나온다. 스팀이 나오자 사람들이 환호하며 시계탑에 박수를 쳤다.
Otaru Steam Clock: https://maps.app.goo.gl/vnDDtTJtMWQUMfwS7
[오르골당]
오르골당에 들어갔다. 오픈시간쯤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다시 오니 사람이 많았다. 사진을 꽤 찍은 것 같은데 못 찾겠음 ㅜㅜ
점심쯤 되면 저 아래 사진의 10배 정도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이 정말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이 오르골 소리를 듣고 고르기 위해 오르골을 돌려 대고 있어서, 정말 시끄러웠다. 나 역시 오르골을 돌리며 그 불협화음의 중주에 가세했다.
오르골 음악은 녹턴같은 유명한 클래식 외에도 동요나 디즈니, 하울 등의 OST 음악 등 종류가 다양했다. 이런 오르골 음악에도 저작권료가 제대로 지급될지 의문이 들었다.
오타루 오르골당: https://maps.app.goo.gl/zqj8sinPXifsqQGH8
마침내 두 개의 고양이 오르골을 구매했다. 카레고양이와 치즈고양이. 고양이가 다들 너무 귀엽고 이뻐서 고르기 힘들었다.
[유리공예 상점 내부 구경]
여러 가지 유리공예 상점들이 있어서 들어가서 구경했다.
귀이개와 유리펜, 돋보기.
온도계. 닭 모양이 귀여워서 이걸 샀다.
90년대 문구점의 별자리 탄생석 감성..ㅋㅋㅋㅋ <거북 귀> 때문인지 현무가 들어갈 곳은 <귀>라고 써 있었다.
유리공예는 이렇게 거울 위에 디피하는 게 예쁜 듯.
이 컵이 엄청 이뻤는데 너무 비싸서 못 샀다 ㅜㅜ
이 보석함 집에 진짜 이쁜게 많았다! 저 동물 모양들이 다 보석함이다. 고양이모양, 강아지모양, 사슴모양, 토끼모양, 새모양 등 동물 모양 상자가 많다. 의외로 이런거에 사족을 못 쓰는 지라 하나하나 다 살펴보며 구경했다.
그런데 대부분 비싼 편. 여러 개 사고 싶었지만 하나만 구매했다.
상자가 열리는 방식
이 간판이 이 집인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난다 ㅜㅜ
[오징어]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는 가게가 있었는데, 오징어를 구워서 파는 가게였다. 가게 주위로 고소한 오징어 냄새가 진동했다. 냄새는 무척 좋았지만 내가 오징어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양이 많아서 그냥 구경만 했다.
굿즈의 나라 답게 오징어 티셔츠도 굿즈로 판매하고 있었다.
[가죽 공방]
가죽 공방에 들어갔다. 마음에 드는 귀여운 동물 모양 제품이 엄청 많았는데, 역시나 꽤 비쌌다.
여기서도 오래 구경했고, 가죽 제품들을 몇 개 샀다.
[기타]
스누피 샵, 키티샵 등 캐릭터 테마샵도 있었다.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잠깐 들어갔다가 바로 나왔다. 사진은 괴기 스누피..
녹차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아이스크림은 맛있었는데, 떡이 별로였다. 우리가 잘 아는 찰떡 느낌이 아니라 밀도 낮은 느낌의, 이빨로 슥삭 베어지는 그런 떡이었다.
[오타루 떠나기]
원래는 오타루 아쿠아리움을 정말 가고 싶었는데.. ㅠㅠ 하필이면 내가 일본에 있는 기간동안 오타루 아쿠아리움이 임시 휴관 기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삿포로로 가기 위해 역으로 갔다.
인터넷에서는 오타루가 생각보다 볼 것이 많이 없어서 1박 2일 이상 있으면 시간 낭비라는 평들이 있었고, 원래 가고 싶었던 오타루 아쿠아리움도 휴관이다 보니 너무 오래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오타루를 1박 2일로 계획했었다. 그런데 나에게 오타루의 1박 2일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체류기간의 여유를 하루 정도 더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짐 찾는 겸 버스를 기다리려고 잠시 Dormy inn 로비에 앉아있었는데, 어떤 수염난 아재가 부뜨~ 부뜨~ 하면서 못 알아듣겠는 영어로 말을 걸었다. 내가 경계하는 표정을 짓자 아재는 웃으며 좀더 정확히 발음했고.. 부뜨의 정체는 beauty였다..ㅋㅋㅋ real fact 감동 실화 ..
다만 그 아재에겐 빈말로라도 도저히 handsome을 되돌려줄 수가 없었기에 웃으며 thank you 라고만 화답했다.
여튼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삿포로로 출발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