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자다가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난 신도 귀신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살면서 가위 현상을 겪어본 적 없다.
아니, 없었다.
2016년 전까진..ㅋ
내 처음이자 마지막 가위 경험을 써 보려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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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6년 무더운 여름, 5~6월쯤 되는 날.
고시촌 대학동의 나는 변시 준비에 한창이었다.
당시 동차(1차 합격 후 첫 2차) 시험을 준비 중이었는데, 처음 준비하는 2차 시험의 양에 overwhelmed 되어 있었다. 주변에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두 4시 이상인 고수라, 그 스퍼트를 따라가느라 체력도 멘탈도 고갈되어 있었다.
내가 다니던 독서실은 충현독서실.
충현독서실은 건물 하나가 거의 통채로 독서실로 운영되어 규모가 크고 시설도 괜찮은 독서실이었다. 지하에는 스터디룸과 휴게실, 수면실이 제공되었다. 수면실은 여성수면실과 공용수면실로 나뉘었다. (남성수면실은 없었음)
나는 평소에 졸리면 자리에서 엎드려 자거나 집에 가서 잤지 독서실 수면실은 가지 않았다. 수면의자가 더러울 것만 같았고, 평소에 방이 어두워서 청소나 위생관리가 잘 안 될 거고, 더러운 것이 있어도 안 보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의자에 내 피부나 머리카락이 닿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그 날따라 정말이지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땡볕에 집까지 갔다 오는 것 보다는 수면실에서 잠시 자는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여성수면실로 내려가 수면의자에 지친 몸을 기대어 잠을 청했다.
참고로 여성수면실은 한가운데에 수면의자 2개가 덩그러니 있는 어두운 방이다.
의자 2개만 있기엔 과하게 넓은 방이었다. 내부 공기는 지하실 특유의 서늘함이 감돌았다. 그 서늘함은 에어컨으로 인한 건 결코 아니었다.
여튼 선잠에 취해 몸이 전체적으로 마비되는 느낌이 들며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찰나, 갑자기 몸이 갑갑해졌다. 이어 목 옆과 어깨 쪽을 뭔가 차가운게 쓰다듬는것처럼 느껴졌다. 소름이 싸악 돋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가위인가.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나는 여기서 쫄면 안 된다는 생각. 나머지 하나는 잘 만났다는(?) 생각.
나는 입을 열어, 나지막하게, 이렇게 읊조렸다.
– 야 이 ssi바. 가위 누를 거면 시험이나 붙이고 눌러라.
조금 후 가위가 없어졌고, 나는 천천히 자리를 떴다. 나름 무서운 티를 안 내려고 여유로운 속도로 걸어나왔다.
.. 그리고 난 그 해 동차시험에 떨어졌다.
귀신이 실제로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에 귀신이 실존하고,
그 때 정말 귀신이 나를 가위누른 것이었다면….
귀신의 힘으로도 시험 합격은 어떻게 안 되는 거였나보다… ㅋㅋㅋ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