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 (love is blind)] 시즌 1 시청 후기

https://www.netflix.com/title/80996601

블라인드 러브(love is blind)는 미국판 매칭 프로그램이다.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 실험하는 컨셉인데, 실험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예능이라고 보면 된다.  사랑을 찾는다고는 하지만 ‘사랑’이 아니라 ‘결혼’을 대전제로 진행된다.  사랑과 결혼을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애초에 사랑을 증명할 길은 없으니 차선책으로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결혼까지의 여정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블라인드 러브에서는 우선 15쌍의 남여가 ‘pod’라는 독방에 배정되고, 약 10일의 기간 동안 독방에서 음성 대화만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대화를 통해 마음 맞는 이성을 탐색하고, 서로 마음이 통한 상대가 생기면 <윌유메리미?>를 시전하며 약혼자가 된다.  약혼된 커플은 2주 동안 함께 신혼여행도 가 보고 같이 살아도 보고 서로의 주변인들에게 소개도 시켜주면서 결혼 준비 과정을 거친 후, 결혼식장에 입장하게 된다.  결혼식에는 실제 양측의 가족, 친구들이 모두 참석하는데, 양 당사자는 그 자리에서 “i do”라고 할 것인지, 즉 결혼을 진짜로 할 것인지 결정한다. 서로 i do라고 하면, 진짜로 결혼한다는 점이 센세이션이다.  패널이 실제 연예인 부부라는 점도 특이하다. 

성공커플이 실제 결혼한다고는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꽤 예능성을 띈다.  우선 제작진측에서 촬영 기간 동안의 초호화 신혼여행을 마련해 주는데, 이 신혼여행 자체가 투머치 초호화다.  프라이빗 숙소에 커플끼리 헬기도 타고 승마도 하고.. ((부럽,,)) 실제로 pod에서 성사된 커플은 8 커플이었는데 2 커플은 제작비용 문제로 촬영을 하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러닝타임 문제도 있었겠지만, 진짜 blind love 의 취지대로 내면으로 시작된 커플들의 결혼까지의 여정을 모두 담고 싶었다면 이 두 커플을 그냥 보내버리지 않았을 것 같다. 

또한 프로그램에서 흥미를 위해 커플들 간 불화를 유도하는 것 같았다.  1차 커플 성사 이후에 모든 커플들은 한 아파트의 각각 다른 호실에서 부대끼며 생활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구 썸남-구 썸녀 사이던 출연자들 간 삼각관계나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한다. 뜬금없이 출연자들이 자신의 커플이 아닌 상대 이성과 돌아가면서 1:1 대화를 하는 장면들도 나오는데 이 또한 출연진이 마련한 자리 같았다.  이런 삼각 사각 관계들이 모든 기수에서 큰 비중으로 다루어졌다.  자본주의 세계이고 이슈되는 조미료가 있어야 방송이 흥한다는건 부정할 수 없으니 이건 뭐 그러려니 한다 ㅋㅋ 

1기는 2020년에 방영했는데, 방영 이후 후속방송으로 ‘동창회'(reunion)랑, 2년 정도 후의 후후속방송인 ‘결혼식 그 후'(after the altar) 도 방영 했다.  1기가 제대로 스타트를 끊은 기수이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만큼 프로그램에서도 계속 팔로업을 하는 것 같다.

여튼 결과적으로 1기에서는 총 30명의 남여 참가자 중 두 커플이 실제로 결혼했다. 

시청한지 좀 돼서 디테일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래도 느낀점을 간단히 쓰자면…

Lauren Cameron 커플 후기

– 변수 거의 없이 안정적으로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지향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커플이라 할 수 있겠다.  pod에서 대화도 잘 통했고, (일단 방송상으로는)삼각관계도 없었고, 둘다 선남선녀라 대면한 이후에도 이성적인 교감도 잘 이루어졌고, 백인/흑인이라는 적절한 장애물이 있었으나 잘 극복하며 큰 이변이나 갈등 없이 결혼에 골인했다.  1기에 이 커플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기수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지원한 일반인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다 인상도 성격도 좋고 밝아서, 어그로 요소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이 나오는 분량을 즐거운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  

Jessica Mark 커플 후기

– Jessica는 Barnett이라는 사람과 썸을 타다 잘 안 되는 와중에 Mark가 다가와서 청혼을 받아들였다.  Barnett과 잘 안 된 틈새를 Mark가 잘 공략했으나, Mark는 10살 연하인 24살이었고 직업이 피트니스 강사였고 키와 얼굴이 Jessica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Jessica는 Pod에서 나오고도 전 썸남이었던 Barnett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Mark와 잘 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Jessica는 결혼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Barnett에게 끌렸던 것과는 별개로(이것 때문에 Jessica도 욕 엄청 먹고 힘들었다고 한다), 10살 차이와는 별개로 나름 성실하게 살아 왔던 Jessica가 훨씬 아까웠고 많은 면을 고려했을 때 Mark이랑 끝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 2년 후 후속 방송인 결혼식 그 후(after the altar)에서 본 방송에서는 순정남으로 포장되었던 Mark가 알고 보니 Jessica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등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었다는 점이 알려졌다. 역시 방송+편집은 믿을 것이 못 되는 듯..  

– 후속 방송의 파티에서 Jessica가 본 방송에서의 행동에 대한 사과와 화해의 의미로 Barnett에게 티파니 와인잔을 선물하지만, 아내 Amber의 심기를 거스르기 싫어하던 Barnett에게 거절당하고 상처받아서 운다.  그런데 굳이 화해의 선물을 전달하고 싶었다면 (물론 Jessica에게는 좀더 불편한 상대였겠지만) 오해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 갈등의 직접 당사자와 해결하기 위해 Barnett이 아닌 Amber에게 전달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Giannina Demian 커플 후기

– Giannina는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성격인 것 같고 Demian은 방어적이고 합리화를 잘 하는 성격인 것 같다. ((솔직히 상극이라고 생각함)) 짧은 촬영 기간동안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서는 제한된 러닝타임 내에 5 커플 분량을 모두 내야 하다 보니 갈등이랑 해소의 과정이 충분히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나 방송에서 당사자들이 Demian의 태도나 GiGi의 감정선이나 그런 부분들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갈등의 실체가 제대로 파악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결국 Demian의 포기로 둘은 결혼에는 골인하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한동안 사귀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 이후 Demian은 after the altar 파티에 Giannina와 사귀는 도중 스캔들이 터진 다른 여자(다른 연애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던 출연자)를 데려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그 파티에 참석한 다른 참가자들도 이런 Demian의 행동이 disrespectful하다고 한 걸 보면, 역시 미국사람 시각으로도 이상한 행동이었던 듯.  Giannina Demian 둘다 쉽지 않은 사람이지만 의리있고 인간적으로 나은건 GiGi,,  나중에 GiGi는 다른 사람이랑 잘 된다.  

Diamond Carlton 커플 후기

– 약혼 후 신혼여행에서 Carlton이 양성애자인 것을 밝히며 갈등이 생겨 중도하차했다.  PC요소 때문에 둘 다 키워들에게 악플과 살해협박까지 받는 등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역시 미국은 빡세다;;  하지만 애초에 성적지향성 문제는 Carlton이 pod에 있을 때, 즉 약혼하기 전에 미리 얘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Carlton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오히려 Diamond를 공격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Carlton에게 잘못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Carlton은 동창회(reunion)에서 Diamond에게 사과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는가 싶었는데, after the altar에서는 같은 흑인인 Lauren에게 사람들이 흑인 여자와 결혼한 Cameron이 멍청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 거라는 소리를 하는등 공격적이면서 방어적인 이상한 행동을 한다..  동성애 양성애를 떠나서 인격에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Amber Barnett 커플 후기

– Amber는 이쁘고 몸매도 좋지만 대학교 졸업도 안한 채 학자대출금도 남아있고 제대로 된 커리어도 없고 총체적으로 보면 심하게 YOLO 라이프를 살아온 것 같다.  Barnett는 잘생겼고 성실하게 살아왔고 약혼 이후에는 Amber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Barnett가 매우매우 아깝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Amber 성격도 불같아 보여서 둘이 서로 긴 인생을 맞춰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결혼에 골인해서 아직까지 잘 지낸다.  Barnett는 Amber가 아니라도 더 좋은 여자랑 결혼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여자는 역시 외모인가.. 

Kelly Kenny 커플 후기

– 노잼이라서 대충 봤다.  둘다 성격이 사근사근하고 밝고 성격 좋아 보였다.  나는 보면서 Kenny 가 더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Kelly가 Kenny를 선택하지 않았다.  

기타 잡다한 후기

뭐.. 일단 재밌었다! 무척!

나름 생각할 구석이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진행자들이 Is love blind? 라고 질문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No 라고 대답하고 싶다.  외적 요소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사랑(모성애 인류애 말고 성애적 사랑)은 존재할 수 없고, 외부요소 없이 형성된 어떤 관계나 감정이 있다고 한들 그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의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대감이나 동료애 같은 좋은 대체 단어는 얼마든지 많으니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던 Lauren Cameron, Amber Barnett의 경우도 운이 좋게 외부요소가 잘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생각하지, 실제 내적인 pod에서 형성한 connetion의 강도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핵심 매칭 시스템인 pod.  이 pod에서의 대화라는 과정만으로 진정 내면이 연결되는 상대를 찾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이것 또한 No이라고 본다.  

Love is blind의 국내 타이틀 <블라인드 러브>를 직역하면 ‘눈 먼 사랑’이다.  애초에 ‘눈 먼’이라는 표현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 ‘눈 먼 돈’ 등 뭔가 본질에서 빗겨나간 것들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정도로 쓰이는데, 내겐 블라인드 러브의 pod에서 사랑을 찾는 방식 역시 비슷하게 겉핥기식 친구찾기처럼 느껴졌다.  

pod에는 ‘상황’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다.  애초에 결혼은(사실 결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 다 해당함) 크게 <나>, <너>, <상황>이라는 요소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pod에서는 참가자들이 편안한 상태로 1:1 대화할 수 있도록 안락한 카우치와 음식이 제공되고, 이외의 외부 요소들은 차단된다.  물론 이렇게 이완된 환경에서 명상처럼 내면에 집중하는 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상황’이라는 측면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나누는 대화만으로는 그 사람과의 connection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아가려면 외부에서 오는 어떤 상황에 그 사람이, 혹은 그 사람과 내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알고, 그러한 대처 방식을 함께 맟추어 나갈 수 있는지 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유대감이나 동료애도 관계의 중요한 결실이겠고.  여튼 pod 단계에서 그나마 있는 갈등 상황이라고 하면 거미줄처럼 얽힌 참가자들 간 썸 관계에서의 눈치싸움, 알력다툼 정도이다.  pod만을 이용한 매칭 시스템은 부족한 점이 많아보인다.  각 참가자들의 VR 아바타를 만들어서 1:1 대화 이후 가상의 환경 속에 1:1 혹은 1:多 로 노출되게 한 후에 매칭을 시키는 게 좀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애초에 내면만 보기로 결심하고 출연한 참가자들인데도 매칭 이후에 외적인 문제로 갈등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재밌는 관전 포인트였다.  예를 들어 Lauren Cameron 커플의 인종 문제나 Jessica Mark 커플간 나이와 직업 문제, Amber Barnett 커플간 돈 문제 등..  사실 저런 문제들은 문제 자체보다 당사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의지보다 크다면 극복 못 하는거고, 의지가 더 크다면 극복하려고 노력하면서 단단해지는 거고.  

여튼 이것 외에도 대부분의 커플이 Pod에서 나와 대면한 직후 신혼여행을 가서 바로 잠자리로 돌입하는것도 신기했고 그 과정을 모두 방송되게 한다는 점(물론 <그 장면>이 직접 나오지는 않음;;)도 쇼킹했다.  역시 천조국..

최근까지 나온 시즌6도 reunion까지 다 감상했는데, 1기 사람들이 나머지 기수들에 비해 대체적으로 순한 느낌이 든다.   Jessica Amber GiGi 등등 완전 쎈언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들이 다른 기수 출연했으면 뼈도 못 추렸을 듯..  그런데 나머지 기수들은 1기만큼 재밌게 보지 않아서 후기를 쓸지는 모르겠다. ((쓸 리 없다는 얘기임.. 지금 이 후기도 너무 길어졌다))

일본편도 보려고 했는데, 미국편에 비해 너무 공손하고 격식 차리는 출연자들이 노잼이라서 시청 포기..  pod 약혼자를 만나자마자 뜨거운 포옹에 키갈까지 하는 미국편을 보다가 서로 1미터 거리 유지하며 90도 인사하는 일본편은 정말 김 빠지더라..ㅋㅋ  

그럼 짧게 쓰려고 했으나 너무 길어진 블라인드 러브 후기 끄읏

Sun [WP]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뇌피셜 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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