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단비의 발달이 느린 것 때문에 마음고생이 정말 많았다.
생후 200일을 바라보고 교정일로 150일이 넘은 단비는 교정일을 고려하더라도 발달이 눈에 띄게 느린 편이다. 터미타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자기 손을 인식하거나 사물을 의식적으로 집는 모습도 보기 어려웠다.
얼마 전 뱀띠맘 모임에 갔을 때, 단비보다 어린 10월생 아기가 자유자재로 뒤집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부러움보다는 단비에 대한 걱정이 앞서 마음이 참 무거웠다.
여튼.
나는 단비의 발달이 느린 이유가 적은 수유량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먹는 양이 적으니 에너지도, 체중도, 근육량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적은 수유량은 단비가 먹는 맛없는 HA 분유 때문이라고 여겨, HA 분유에서 일반 분유로 갈아타기로 한 날인 3월 3일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하지만 단비의 상황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3월 3일, 분유 교체 여부가 피검사 일주일 후로 미뤄졌다.
3월 10일, 알레르기 반응이 없다는 확인을 받고 분유를 바꾸려던 찰나, 단비가 장염에 걸려 응급실행.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나중에 따로 쓰겠지만, 장염과 입원 기간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장염 때문에 먹는 족족 토해냈고, 금식하느라 살이 더 빠졌다. 병실에서 본 단비는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피골이 상접해 있어 보는 내내 가슴이 미어졌다.
담당 교수님은 단비의 몸무게 백분위가 2%대라며 우려를 표하셨다. 발달이 느린 점, 그리고 머리 크기에 비해 키와 몸무게가 작은 점 때문에 신경외과 외래 진료까지 잡혔다. 퇴원 후에도 단비는 병원 스트레스 때문인지 장염의 여파인지 약효과인지 모르겠지만 부쩍 짜증이 늘었고,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새로 바꾼 분유마저 완강히 거부했다. 수유량은 분유 바꾸기 직전보다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중, 어제 단비에게서 사소한 세 가지 발달 변화가 나타났는데 이 작은 변화가 나에게는 유의미한 감동이었다.
1. 장난감을 겨냥한 그랩
스스로 뭔가를 의식해서 그립할 수 없는 단비를 위해 아기체육관에는 각종 고리들을 주렁주렁 달아 두었었다. 단비는 아기체육관 밑에 누워 팔을 무작위로 휘두르다 우연히 고리에 걸리는 것들만을 손에 쥐곤 했다. 사실 손에 쥐었다고 하기도 민망하고 손에 걸리게 했다는 표현이 적절..
그런데 어제, 단비가 스스로 손을 뻗어 체육관에 달린 장난감을 엄지와 검지로 정확히 집어 올렸다. 병원 다녀온 이후 거추장스러운 고리들을 다 치우고 기본 장난감만 남겨두었었는데, 그 작은 손으로 장난감을 표적하여 딱 잡았던 것이었다.
2. 희미한 웃음소리
단비가 웃으면서 아주 미세하게 소리를 냈다. 평소 울거나 짜증 낼 때, 배고플 때 내는 소리가 아니라 목을 울려 내는 기분 좋은 소리였다. 이내 소리를 멈추고 다시 들려주지 않았지만(밀당인가 싶다), 단비의 소리를 처음 들은 그 찰나의 순간은 정말 신기하고 행복했다.
3. 내 손을 향한 쪽쪽이
단비를 내 무릎에 기대 앉힌 채 단비의 양손을 잡고 있을 때였다. 단비가 아주 천천히 자신의 오른손을 내 쪽으로 당기며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러더니 서서히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내 손가락 두 개를 입에 넣고 이내 핥기 시작했다. 아주 느렸지만 이 또한 명확한 목적성이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단비의 혀는 작고 따뜻했으며, 말랑하고 촉촉했다. 내 손을 음미하듯 한참을 핥다가 입을 떼었비의 혀는 작고 따뜻했으며, 말랑하고 촉촉했다. 내 손을 음미하듯 한참을 핥다가 입을 떼었는데, 그 감동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예전에 읽었던 이토준지의 고양이 만화에서 고양이 욘이 이토준지에게는 절대 해주지 않던 쪽쪽이(손가락 빠는 애교)를 어느 날 갑자기 해줬을 때 작가가 느꼈던 그 전율이 이런 것이었을까..
여튼 이 세 가지 변화는 뇌리에 강렬히 남았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나 병원에 갔다온 이후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잘 발달 해 나갔으면 좋겠다.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