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사랑

엄마 없이는 생존할 수 없고, 의사표시조차 제대로 못 하는 시기의 아기를 향한 엄마의 사랑. 이 감정을 맹목적이라는 단어 외에 설명할 길이 있을까.

만약 연인 관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한쪽은 상대방을 향해 시종일관 얼굴을 찌푸리고 소리를 지르며, 주는 밥만 받아먹고 모든 뒤처리를 상대에게 떠넘긴다. 그런데도 다른 한쪽이 그 연인을 너무나 사랑해서 무엇이든 해 주려 안달복달한다면? 사람들은 아마 그것을 사랑이 아닌 정신병이라 부를 것이다.

하지만 엄마와 아기 사이에서는 이런 관계가 지극히 당연히 성립된다. 아기는 절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배가 고픈지, 잠이 오는지,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말해주지도 않은 채 오직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과 울음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비를 생각하면 문득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끔씩 보여주는 무구한 웃음 한 번에, 꼼지락거리며 빛나는 눈망울로 나를 응시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애틋한 감정이 밀려든다.

그야말로 맹목적이다.

어떤 존재에 대해 이토록 강렬하고 압도적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다. 신기하게도 단비가 태어나면서 이런 감정이 너무나 당연하게 내 일상에 스며들었고 단비의 안녕이 내 우선순위의 꼭대기를 차지해 버렸다.

나를 소진하면서도, 이 작은 존재가 채워주는 형언할 수 없는 충만함으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Sun [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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