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약 6주가 지났다.
신혼여행에서 20일 새벽에 귀국했고 22일에 이사했으니, 같이 산 실질적인 결혼생활은 딱 한 달 된 셈.
결혼 생활에 대해 걱정되던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나름 만족하고 있다.
일단 오빠와의 관계는 결혼하고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느낌이다. 아직 신혼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만..ㅋㅋ
생활패턴 또한 결혼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이 비슷하다.
주중에는 결혼 전 일어나던 시간보다 좀더 일찍 일어나서 바로 출근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 후 퇴근한다. 퇴근 하면 한두 시간 후 바로 취침 ㅜㅜ 어차피 운전해서 출근을 한다는 건 같기 때문에 결혼으로 인해 출퇴근 루틴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출퇴근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시간 로스가 크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은 너무 아까움..
출퇴근 길은 사실 좀 많이 스트레스다. 조금만 늦게 출발해도 길이 막히기 일쑤고, 새 집에선 강변북로같이 신호 없는 도로를 안 타다보니 매번 신호에 걸리는 것도 은근 스트레스. 사당, 이수, 한강대교, 용산, 서울역 부근에서 차 막히는 것도 너무 답답하다. 예전에 사당에 살던 친구가 나한테 사당 교통은 <쓰레기>라고 했는데, 그 말에 백번 공감하는 바이다. 회사에서 집으로 오는 길은 네비 기준으로 안 막힐 때 4~50분, 막힐 때 1시간 3~40분 정도로 찍힌다. 진심으로 좀 버티다가 힘들어지면 재택을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엔 원래도 오빠 집에 와서 같이 놀곤 했으므로, 결혼 전과 더더욱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
음.. 그리고 집을 합치면서 내 원래 집이 없어지다 보니, 뭔가 지금 집이 아직 내집같지 않은 느낌이다. 어색하다.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어서 진정 맘 편한 곳이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전 집은 침대부터 침대 옆 램프, 선풍기, 책장, 베개 등 모든 것이 나에게 최적화 되어 있었는데.. 좀 그립다.
나는 맥시멀리스트였고 약 15년의 자취 기간 동안 이것저것 많이 사서 모으는 걸 좋아했는데, 이번 이사시 집 공간 문제로 내 물건이랑 책을 엄청나게 많이 버려야만 했다. 책, 가전, 가구, 옷은 물론이고 스티커, 인형, 기념품 같은 자잘자잘한 물건들을 버릴 때 현타가 진짜 많이 왔다.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된 나만의 흔적들을 한 순간에 비워 내니 마치 내 정체성의 일부를 도려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익숙하지 않은 건, 오빠의 건강과 운동에 대한 열정.
예를 들어 나는 최근 임신성 당뇨로 진단받았는데, 원래의 나였다면 식단 관리를 strict 하게 하지 않고 다소 유연하게 했을 것이었건만, 오빠는 그 기준이 엄청 높아서 진짜 혈당 안 올리는 것만 먹게 한다. 운동도 하게 하고..
솔직히 주말에 운동 갈 때는 좀 귀찮고 가기 싫은 마음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니 이렇게나마 의지박약인 나를 끌어주는 오빠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결론적으로 결혼생활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일단 결혼이라는 것 자체를 매우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룬 상태가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 만족하고,
결혼 전보다 더 자상하게 잘 해주는 오빠의 모습에도 감사한다. 집 공간을 내어주고, 매일 다리를 주물러 주고, 애정표현을 잘 해 주는 모습이 참 고맙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소감으로는.. 전반적으로 괜찮은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겠다만, 아직은 태어나기 전 남은 2.n개월을 즐겨야지.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