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나는솔로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온 캐릭터와 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지금 나는솔로 23기가 방영 중이다. 90~83년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막차특집>이란다. 대부분 88년생이긴 하나 91로서 이제 진짜 턱끝까지 와 있음을 느낀다.
여튼.
나는솔로 14기
출처:ENA 인스타그램
14기, 이른바 <골드 미스&미스터 특집>. 나는솔로 14기는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나는솔로 회차 중 가장 감정 이입해서 봤던 기수다.
14기를 보고 결혼을 빨리 해야겠다는 의지가 더 굳어졌다. 보통 나는솔로 같은 예능은 재시청하지 않는데, 14기는 소개팅이나 연애가 잘 안 될 때마다 의지를 다잡기 위해 무려 4번이나 돌려봤다;;
7기도 비슷한 류의 특집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7기는 안 봐서 잘 모름.
14기 상철
출처: 우측 상단
14기에서 가장 이슈몰이를 했던 것은 팀 옥순과 팀 상철이다.
상철은 방송 당시 남자 여우라고, 여자들을 간 본다고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엄청 먹었다. 하지만 나는 상철의 행동이 납득이 갔고 그의 상황에서는 매우 합당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상철은 관심 없는 영숙과 순자에게 제대로 선을 그었고, 여지를 준 적이 없다. 오히려 영숙과 순자가 상철의 의사표현을 무시하고 계속 선택하던 상황. 마지막 3:1 데이트에서 순자는 상철에게 상철의 화법이 상대에게 여지를 준다고 질책했지만, 내가 보기엔 상철은 나름대로 정중하게 의사를 표현해 왔고, 순자와 영숙 정도 되는 사람들이 그것을 못 알아챘을 리는 없었다. 본인의 의사표시를 무시하고 기어코 다가오는 영숙과 순자에게 상철이 그 이상의 예의를 취해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했다.
상철은 옥순과 영자를 두고 저울질 한 것으로도 비판받았었다. 상철이 원래 화법이 중립적인 스타일인 탓도 있었겠지만, 내가 보기에 상철은 14기에서 뚜렷하게 마음에 사람니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개중 그나마 나은 사람이 저 둘이었을 뿐. 한 쪽이 명확히 우세하지 않은 입장에서 어느 한 쪽에 굳이 미리 선을 그어 둘 이유는 없다. 크게 끌리지 않는 누군가에게 직진하는 모습을 꾸며내는 것이 오히려 더 진정성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완전히 마음에 차지 않는데도 옥순과 영자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고 고민하는 상철의 모습은 그녀들에게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보여졌다.
상철은 나중에 나는솔로 사계에 출연한 백합이라는 출연자랑 결혼했다. 확실히 나는솔로 14기 때와는 달리 백합과 있을 때 상철의 표정도 편해 보였고 무척 잘 어울렸다.
14기 옥순
출처: 우측 상단
옥순 또한 많이 비판받았다.
옥순은 처음에는 영수에게 직진했지만, 영수에게 차인 이후로는 상철에게 직진했다. 하지만 두 남자에게서 모두 각각 현숙, 영자에게 밀려 버렸다.
결과가 어땠는지와 무관하게, 옥순의 고군분투는 커플만들기라는 나는솔로의 주제에는 충실했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솔로의 <목적>에 충실했을지언정 옥순의 접근 방식은 그 목적 달성에 적절치 않아 보였다. 옥순은 무례하고 이기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였는데, 그 모습을 여과없이 타 출연자들에게 분출해 내었다.
물론 마음에 없는 타 출연자들에게 과하게 사바사바하거나 친목질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여러 인간들이 모여서 일정 기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이고, 프로그램 목적도 프로젝트 완료나 매출 달성 따위가 아니라 <인연 찾기>이다 보니 타 출연자와의 관계도 어느 정도 이상은 원활하게 다져 놓는 것이 중요하다.
헌데, 옥순은 본인 이득과 기분에 따라 행동했고, 경쟁자이지만 조력자도 될 수 있는 타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인기가 많은 것 처럼 느껴지자 이에 도취되어 안하무인했고, 원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자 타 출연자들에 대한 태도가 눈에 띄게 적대적 공격적으로 변했다. 예를 들어 타 여 출연자들을 배척하고 배려하지 않는 언행이라든지. 본인에게 관심을 표하는 남 출연자 중 본인보다 아래라고 판단되는 출연자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든지. 혹은 영수가 본인 성미에 맞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공격적이고 비난하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때문에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인 영수의 마음이 옥순으로부터 돌아섰다. 눈치 빠른 상철로부터도 손절당했다.
옥순의 자기합리화도 보기 불편했다. 영수로부터 거부당하자 갑작스레 상철에게 지나치게 몰입하는 그녀의 모습은 말 그대로 어색했다. 영수를 첫사랑을 닮은 인연인 것 처럼 얘기하다가 갑자기 상철이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는 진실한 인연인 양 억지로 뇌절하는 모습은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였다.
악의보다는 미성숙함이 원인인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14기 남 출연자들이 나이가 많다 보니 이런 모습을 귀여운 풋풋함이 아닌 피곤함으로 여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14기 순자
출처: 우측 상단
기수마다 감정 이입이 잘 되는 사람이 한두명씩 있는데, 14기에서는 그게 순자였다. 순자는 상황과 분위기파악이 빠르고 이성적인 사람 같다. 인간적으로는 호탕하고 괜찮아 보였지만, 그런 모습들이 이성적으로 어필하는 데에는 도움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솔로에서는 여장부처럼 타협하지 않는 모습만 보였는데, 이런 면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14기 중 감정 이입이 가장 많이 된 것 같다.
솔로나라에 간다면 나 역시 순자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웠다.
14기 영숙
출처: 우측 상단
영숙은 방송 내내 상철을 마음에 두었지만, 결국 본인에게 가장 강하게 직진하는 경수를 선택했다. 14기 보는 내내 경수가 너무 별로여서 그녀의 최종선택에 탄식이 나왔다. 나라면 차라리 선택을 안 했을 것 같다..
영숙은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정에 약하고 끌려다니는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광수와 영철의 직진에도 어중간하게 감동하고 어중간하게 마음 아파했다. 이런 어중간한 성향이 그녀에게는 악수로 작용했던 것 같다. 남성성 강한 순자나 너무 높은 벽인 옥순 영자에 비해 편하고 푼수 같고 물렁해 보이는 영숙 쪽으로 나머지 남자들이 몰렸다.
즉 만만해 보이다 보니 오히려 쓸데없는 영철, 광수, 경수가 꼬이면서 원하는 남자에게 직진하기 어려워지는 애매한 상황이 된 것.
영숙은 역시 아닌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선을 확실히 그어두고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 오랜 지론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14기 영수
출처: 우측 상단
영수는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외모도 가장 준수하고 내가 보기엔 14기 남자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가장 괜찮았다. 따라서 영수가 아닌 상철을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된 점은 의외였다.
나는솔로 14기 소감
여튼.
14기 여자 출연자들은 기본적으로 예쁘다. 모두 외모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왕년에 인기를 많이 누려왔을 것 같은 사람들이다. 반면 14기 남자 출연자들은 영수 빼고는 한창때에도 그렇게 특출나거나 인기가 많았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이라는 이유 때문에 남녀간 위치가 묘하게 역전되는 14기의 광경을 보며 굉장히 위기감이 들었다.
ㅠ_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