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나는 이른바 문과, 노베이스로 변리사시험에 도전했었다.
지식을 넘어 공부적 경험이 전무한 노베이스였다. 공부를 각잡고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방법론부터 시작한 많은 것들의 초석을 백지부터 다져야 했다. 부족한 점은 많았고 운도 꽤 작용했지만, 여튼 결과적으로는 두 번째 1차, 두 번째 2차에 시험에 붙었다. 일명 기득합.
ISTP 효율충으로서, <지식과 공부>가 아닌 <수험과 합격>에 포커스를 두어 그 방향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었다. 합격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랄까. 내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미약한 부분을 보완하여 최대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나름의 짱구를 굴렸다.
이에, 나름의 성과를 냈던 개인적인(혹은 야매적인) 변리사 시험 팁 혹은 노하우를 조금씩 써 보려 한다. 사실 개인적인 경험담 수준이지만,, 참고로 내가 마지막까지 성과를 못 냈던 과목(ex 화학,, 2차 특허,,)에 대해서는 팁을 공유하지 않겠다.
이미 공부방법론이 정립된 사람에겐 당연하거나 필요 없는 내용일 수 있겠으나, 나와 비슷한 상황이나 성향의 변리사시험 수험생이라면 한번 쯤은 참고하기 좋을 것이다.
disclaimer:
- 팁은 팁일 뿐이니 팁을 활용할 수 있을 수준의 지식과 노력은 뒷받침되어야 한다.
- 6~8년 전 기준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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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법과목 – 민법,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지피지기. 특히 효율충에겐 내가 넘고자 하는 산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립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 <산>이 시험이라면, 시험과 과목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선 이번 글의 테마인 1차 민법,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은 이른바 <법과목>에 <객관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과목들이다. 대략적인 특성은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법과목:
법과목은 크게 <법조문과 판례>, <원칙과 예외와 예외의 예외>, <요건과 절차와 효과>로 이루어져 있다. 민법에서는 요건과 효과가, 산재법에서는 상대적으로 절차가 강조된다.
객관식:
객관식은 OX 문제의 묶음이다. 각 문항당 선택지가 5개이지만, 5개 중 하나의 답을 고른다고 접근하지 않고 그냥 OX 문제 5개를 푼다고 생각하면 된다.
(1) 인강 고르기
처음 공부를 시작하면, <인강>이라는 필수 코스를 마주하게 된다.
난 인강이 정말 안 맞았다. 인강만 켜면 집중력이 저하되어 딴짓을 하며 시간을 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리강의로 이해 안 갈 개념은 어차피 기본강의로도 이해가 안 간다. 이해가 안 되면 케세라세라식 마인드로 그냥 무턱대고 회독을 하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 강의는 컴팩트한 걸로 끝낸 후 회독하면서 내용 정리하고, 그 다음에 필요한 부분만 강의를 들으면서 내용 복기하는게 훨씬 경제적이다.
여튼,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면, 늘어지고 집중력 떨어지는 기본강의를 선비처럼 꾸역꾸역 들으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짧고 컴팩트한 중급강의나 정리강의 같은 걸로 기본개념을 학습한 후 바로 객관식과 기본서를 회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예전 얘기이지만 내가 들었던 ‘강의’를 생각나는대로 쓰자면,,
민법의 경우, 처음에는 당시 1타였던 함성배 강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210개 가량이었는데, 양 자체도 충격적으로 많았지만 강의방식도 장황하고 정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이라 너무 힘들어서 완강도 못했다.. 강의에 파묻힌 끔찍한 기억이었다. 비추.
그러다가 김묘엽 강사님의 중급강의를 추천받아서 들었다. 약 40개 가량 되는 컴팩트한 강의였는데, 전체적으로 정리도 잘 되고 설명력도 좋고 강의 스타일도 깔끔해서 만족스러웠다. 마이너 강사지만 지금도 강의를 하신다면 추천할만하다.
보통 시험 한두 달 전에 최신판례강의를 하는데, 그것도 강의는 안 듣고 자료만 구해서 봤다.
산재법의 경우, 특허법은 임병웅 변리사님, 상표법은 고 박종태 변리사님, 디자인보호법은 김인배 변리사님 기본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강의들은 나랑 잘 맞는 느낌은 아니었다. 특히 특허법.. 완강은 했으나 역시 강의가 너무 많아서 늘어지고 힘들었다.
역시 시험 한두 달 전 즈음에 각 과목의 최신판례강의도 들었다.
(2) 기본서 (메인 교재) 고르기
기본서, 즉 메인 교재는 시험장까지 가지고 들어갈 책이기 때문에 잘 고르는 것이 좋다. 기본서라는 개념이 좀 애매해서, 줄글로 된 두꺼운 책을 기본서라고 하고 요약집을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는 각 수험생이 메인 교재로 사용하는 책, <즉 공부의 중심이 되는 이론 서적>을 기본서라고 칭하겠다.
기본서가 될 수 있는 책의 종류로는 교수저 두꺼운책, 강사저 두꺼운책, 강사저 요약책 등이 있다. 교수저 두꺼운책은 당연히 수험적으로 논외다. (내가 1차 칠 당시인 2014년엔 함성배 기본강의의 필수 교재가 김준호 저 민법강의 책이라 강제구매 당했었음.. 진짜 돈아까웠다.)
나는 너무 두껍고 양 많고 줄글로 된 책은 피했다. 모르는 내용만 그때그때 강사저 두꺼운 책을 참고하고, 중요한 내용은 기본서에 따로 적어뒀다. (참고로 내 필기용 글씨는 깨알같이 작은 편이다)
민법은 강사저 중 컴팩트한 편인 김묘엽 책을 봤다. 정리 및 도식화가 잘 되어 있어서 보기 편했다.
산재법은 도해특허법, 도해상표법, 도해디자인법을 기본서로 보았다. 이 책들도 완전 만족스러웠다. 다만 도해상표, 도해디자인보호법은 과하게 압축적이라 메모를 많이 해야 했다.
어차피 학문적인 내용은 똑같기 때문에 꼭 교재 저자와 인강 강사를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그냥 책을 종류별로 많이 구비해 둔 고시서점에 가서 해당 과목의 교재들을 전체적으로 비교해 본 후 책의 구성, 종이 질, 인쇄 상태, 정리 방식, 글씨 크기 등에 따라 나에게 맞는 교재를 고르면 된다.
(3) 객관식 문제집 고르기
남들이 다 푸는 문제는 다 맞는게 좋으므로, 객관식 문제집은 문제 개수가 많고 너무 마이너하지 않은 것이 좋다.
만약 두꺼운 객관식을 풀어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얇은 객관식 하나랑 5~10개년 기출문제집 하나를 사서 이 두 권을 빠르게 돌리면 된다.
민법의 경우 어차피 시중의 객관식에 있는 문제들은 변리사/변호사/노무사/공인중개사시험 등의 민법시험 기출문제가 8~90% + 강사가 만들어낸 문제가 1~20% 정도의 비중으로 구성된다. 즉 여러 공인자격증시험 기출문제의 엮음집인지라 문제집별 문제의 퀄리티 차이가 거의 없다. 따라서 그냥 가격대비 문제 개수가 많거나 글씨체가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면 된다.
산재법은 뭐.. 선택지 자체가 많지 않다. 그냥 남들 다 푸는거 + 기출문제로 가주아.
(4) 객관식 회독하기
어차피 시험이 객관식이므로, 나는 인강 및 기본서 회독은 최소화하고 객관식 문제집 위주로 공부했다. 그러니까 이 부분이 구체적인 객관식 공부 방법에 대한 내용이 되겠다.
객관식은 OX 문제이다. 문항이 5개이지만, 5개 중 하나를 고른다고 접근하지 않고 그냥 OX 문제 5개를 푼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례나 ㄱ.ㄴ.ㄷ. 중 복수개 고르라는 등의 예외적인 문항 몇 개도 있으나 본질은 모두 그냥 OX다. 따라서 OX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OX 머신이 되면 됨.
학습은 당연하지만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 전체 진도를 한 바퀴 돌리는 것을 <회독>이라고 하는데, 1회독에는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다. bottom-up 형식으로 기술하자면,
연습장에 각 문항의 O/X/⛤를 적어가며 문제를 푼다. 맞으면 O 틀리면 X 모르거나 애매하면 ⛤. 한 챕터를 그렇게 다 풀고, 정답과 비교해 가며 답을 틀린 문항과 ⛤로 표시해 둔 문항의 뒤에 체크표시(✓)를 한다. 체크표시를 하면서 기본서의 해당하는 부분에 연필로 체크표시를 하거나 메모를 해 둔다.
재연하면 아래와 같이 된다.ㅋㅋㅋ
여튼 이런 방식으로 홀수번호를 풀어서 한 바퀴 돌린다. 같은 방식으로 짝수번호를 풀어서 한 바퀴 돌린다. 홀/짝을 나누는 이유는 비슷한 단원에만 머물러 있다 보면 질리기 때문에..
이게 1회독. 이 방식을 반복한다. 그러면 귀신같이 첫 번째 회독 때 틀린 문항에 같은 체크표시가 생긴다. 그 부분을 기본서에 표시해 두고, 그 범위를 한번 더 암기하거나 공부한다.
한 4~5회독즈음 넘어가면 체크한 부분만 본다.
여튼,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내가 대충 넘어가서 잘 모르던 부분에 대한 지식이 정교해진다.
(5) 헷갈리는 내용 정리 및 암기하기
앞서 언급했듯 법과목은 요건과 절차와 효과 <요절효>, 원칙과 예외와 예외의 예외 <원예예>, 법조문과 판례 <조판>으로 크게 생각하면 쉽다. 보통 원칙과 예외가 디폴트고, 가끔 예외의 예외가 나오므로 이것도 숙지해 두면 된다. 헷갈리는 예외나 예외의 예외는 두문자로 정리해 두고 모두 외워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는 그냥 두문자로 다 외웠다.
일반적인 개념들은 강사들이 이미 어느 정도 비교/대비 정리를 해 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헷갈리는 개념이나 내용이 있으면 직접 교재 곳곳을 찾아보며 한 군데에 따로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한 번 각잡고 모든 객관식이나 기본서의 사례를 한 군데에 직접 정리한 후 그 부분만 제대로 암기해 두면 그 부분은 더 이상 안 틀리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래는 내가 1차때 만들었던 표다. 내 기본서에 더 자세히 개념별로 객관식/기본서에 나온 모든 O/X 경우의 수를 정리해둔 것들이 있었는데, 그 1차 기본서를 버린 듯 하다 ㅜㅜ 아숩..
시험 전
이렇게 회독을 하다 보면 어느덧 시험이 다가온다.
마지막 시험 1~2 개월 전에는 최신판례강의가 열린다. 산업재산권법은 특히나 최신판례나 최신 법개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강의는 듣는게 좋다. 민법은 굳이 강의까지 들을 필요는 없고 강의를 들은 주변 사람의 강의자료를 제공받아서 한두번 보면 된다.
회독 속도는 점점 가속이 붙기 때문에 막판이 되면 정말 빨리 회독할 수 있다.
처음 객관식 1회독에는 한 달 넘게 걸렸던 것 같은데, 점점 시간이 줄어서 시험 2주일 정도부터는 1~3일에 각 민법과 산재법 객관식 전범위 1회독을 할 수 있었고, 시험 당일날에는 시험장에서 시험 직전까지의 한두시간 가량 되는 시간 동안 1회독을 완주했다.
이렇게 객관식 푸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서, 두 번째 1차 시험에서 민법은 25분 정도, 산재법은 15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시험장 및 점수
나는 1차를 두 번 쳤는데, 첫 1차 때는 공부 방법 자체가 정립이 안 되던 때라서 위에 설명한 방법대로 제대로 하지 못했고,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다. 두 번째 1차 때는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위에 설명한 방법으로 객관식에 임했다.
첫 번째 1차는 민법 60점대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산재가 70점대로 민법보다 조금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자연과학은 더 못 봤다.ㅋㅋㅋㅋㅋㅋ
두번째 1차는 위 방법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공부방법에 대한 감을 잡으면서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1차에서는 민법을 하나 틀려서 97.5점을 받았다. 유치권이었나 꽤 복잡한 사례문제도 있었는데 그것도 맞았고.. 한 문제만 실수로 틀렸었다. 1차 민법도 운 좋으면 검토위원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동일 해에 1차를 친 홀수시/어린 학리사들 위주로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아숩.
산재의 경우 90으로 초고득점은 아니었다. 산재는 솔직히 좀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시험을 봤고, 다행히 그래도 적절히 잘 나와줬다. 상표를 제일 많이 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두둥). 뭐 그래도 이 쯤이면 나름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은 되겠지..!
여튼.. 쓰고 나니 별거 없지만..
끗
순서 (예정,,)
- 1차 법과목 (민법,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 1차 자연과학 (지구과학)
- 2차 민사소송법
- 2차 상표법
- 2차 데이터구조론
- 생활
- 필기구
- 기타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