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솔로 후기] 나는솔로에 출연한다면? 가상의 전략 생각해보기

요즘 일주일의 낙이 나는솔로다.

우선 수요일 밤 혹은 목요일 아침에 나는솔로를, 목요일 밤 혹은 금요일 아침에 나는솔로 사계를 본다. 이후 유튜브의 클립들과 미방분을 본다. 유튜브 댓글들도 감상한다.

나는솔로의 매력은 일반인들의 연애 활동을 제3자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의 테마인 <사랑과 호감>이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이다 보니 출연자들의 모든 촉각과 행동이 그쪽 방면으로 집중된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가면을 써야 하는 현실세계와는 달리 나는솔로에선 감정에 솔직하고 표현하는 것이 미덕이다. 이에 회차가 지날수록 출연자들로부터 비정제된 날것의 행동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걸 관찰하는게 묘미다. 출연자들이 일반인이다 보니 주변에서 접할 법한 사람들이 기수당 으레 한두명씩은 있기 마련이기에 다른 오락 프로그램보다 훨씬 생생하게 몰입된다. 각 출연자의 개별적 행동 뿐만 아니라 여러 출연자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재밌다.

여튼.

얼마 전 나는솔로 출연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면접 후 출연 제의 연락을 받았지만, 출연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도 면접 전후 제작진과의 일련의 컨택 과정에서 촬영에 대한 여러 망상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볼 계기가 있었다. 그때 생각했던 몇 가지 나름의 행동강령(?)에 대해 끄적여 본다.

성공적인 나는솔로 출연이란?

목표가 있어야 행동강령이 정립된다. 나는솔로 출연의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결혼 상대를 찾는 것>. 즉 나는솔로라는 하나의 수단을 활용해 결혼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공적인 출연 케이스라 할 것이다. 나는솔로를 통해 ‘직접적으로’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1) 프로그램 내에서 괜찮은 상대와 커플이 되어 결혼하는 경우, (2) 방송 후 긍정적인 이미지로 PR이 되어 좋은 상대에게 연락을 받아 만나서 결혼하는 경우. (출연을 계기로 교정이 되어 결혼에 성공한, 간접적인 수혜를 받은 11옥순같은 케이스는 논외)

(2)는 (1)이 실패한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일단 촬영한다는 상황에서는 (1)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나는솔로 시스템과 속성

당연하지만 나는솔로는 <사람>과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출연자다. 시스템은 환경, 즉 제작진이다. 즉 이 두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며 진행해야 한다.

(1) 나는솔로의 사람 (출연자)

나는솔로엔 나 제외 11명의 출연자가 있다. 즉 11명의 타인을 만나고, 6명의 이성 중 내가 원하는 사람을 추린 후, 그 1명을 꼬셔내야(?)한다는 얘기. 그것도 5박 6일의 타임어택으로.

인간은 복잡계이다 보니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순 없다. 운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적극성을 띄고 임해야 성공적인 커플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봐도 이상한 사람은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2) 나는솔로의 시스템 (제작진)

나는솔로 프로그램의 기본 진행 방식, 즉 시스템은 대략 이렇다:

  • 첫인상 선택 → 자기소개 →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 → 최종 선택

첫인상. 살아온 행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에게 첫인상은 크게 중요치 않다. 외모가 마지노선 아래인 사람 정도만 걸러내면 될 듯.

자기소개. 제일 중요. 나는솔로의 본 게임은 자기소개 이후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데이트. 데이트의 종류나 개수는 기수별로 상이하다. 데이트는 남자 선택 데이트, 여자 선택 데이트, 슈퍼 데이트, 2순위 데이트, 심야 데이트, 랜덤 데이트 등으로 진행된다. 귀인 데이트나 미션, 프로포즈 이벤트 같은 변주도 준다.

최종선택. 위 이벤트들의 결실이다.

나는솔로에 임하는 자세 – <틀>

앞서 언급한 시스템과 사람은 일개 출연자 입장에서 통제하거나 예측하기 불가능하다. 즉 프로그램 자체가 변수 투성이기 때문에 미리 세부사항, 소위 <전략>을 계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내 핵심 가치를 관철하기 위한 큰 틀은 필요하다. 이 <틀>은 나는솔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즉 지향점을 반영한다. 또한 나는솔로 내에서의 노이즈 감소 수단이 될 수 있고, 내 행동에 일관성과 방향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이 틀을 꼭 미리 정립하고 지키되, 나머지는 각개격파, 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로 말하자면, 만약 나가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사람 만나는 것, 원하지 않는 사람과는 시간 낭비 하지 않는것, (커플이 되지 않고 끝났을 때에 대비해서)결혼에 대한 진지함을 어필하는 것 내에서 틀을 잡을 것이다.

이 핵심 가치를 유지한 채 나만의 틀, 혹은 스탠스를 (1) 할 것, (2) 하지 않을 것 정도로 좀더 구체화 하자면,,

틀 1 – 할 것

•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열심히 할 것.

제작진은 위에서 언급한 시스템을 조절하며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설정한다. 여기에 내가 직접적으로는 의지를 반영할 수 없다. 인터뷰를 다 한 다음에 제작진이 그걸 기반으로 데이트의 테마를 정하기 때문에, 내가 A라는 사람을 선택하고자 결심한다고 한들 제작진이 테마를 남자들의 선택이나 랜덤데이트로 정해 버리면 그 결심은 무쓸모. 뭐 이건 당연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관리자나 운영자로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한 후 더 흥미로운 전개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니까.

다만, 제작진의 개입이 들어가다보니, 내 의지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가능하다. 즉 만약 내가 A라는 사람에게 소극적이면 제작진이 A와의 판을 깔아 줄 가능성이 낮으나, 내가 A에게 적극적으로 임하면 제작진이 진행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A와의 무언가를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

따라서 맘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제작진이 그 판을 깔아주기 좋도록 나부터 적극성을 띄고 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반면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면, 상대 출연자를 배려하기 위해서라는 허울좋은 이유가 아니라 제작진이 쓸데없는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어중간한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

• 특히 인터뷰는 솔직하게 할 것.

이건 프로그램을 엑싯한 후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앞서 말한 이유, 즉 나는솔로 프로그램의 진행 방향을 나에게 유리하게 유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내가 의지를 외부로 표명해야 그것이 간접적으로나마 제작진의 그림에 반영된다. <인터뷰>는 내 생각과 의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수단이자 제작진과의 소통 창구이기 때문에, 이 인터뷰를 솔직하게 해야 그 것이 제작진의 로드맵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즉, 내 생각과 니즈를 프로그램에 간접적으로나마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특히 <호감>에 대한 속마음 인터뷰는 솔직하게 하자.

• 내 기준은 명확하게 알릴 것.

이상형에 대한 나의 마지노선이나 기준을 알리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처음엔 <솔로나라니까 열어두겠다>는 식으로 말해놓고 막상 그 문제로 고민하는 것 만큼 짜치는 것이 없다. 시청자들에게는 욕을 먹을지언정, 학벌이든, 나이든, 외모든, 직업이든 본인에게 중요하고 타협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확실히 오픈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닌 사람은 알아서 걸러지게 하자. 그래야 나중에 DM 받을 때도 좋을 듯.

• 데이트 선택은 무조건 1순위로 할 것.

데이트는 중요한 기회이다. 특히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데이트 기회 자체가 매번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1순위가 아닌 후순위를 데이트 상대로 선택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1순위와의 소중한 기회도 날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알아보고 싶은 후순위는 아침저녁 빈 시간에 간단히 대화로 탐색해도 충분할 것 같다.

• 컨디션을 유지할 것.

이성 6명 중 괜찮은 사람을 고르는 것은 좋은 판단력에 의해 결정된다. 커플 성사라는 결과를 내 입맛대로 만들어낼 수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괜찮은 누군가를 고를 수 있는지, 그 고른 누군가와 잘 되기 위해 적절한 구애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순전히 내 판단과 선택에 달렸다. 따라서 최상의 판단과 선택을 위해 잠을 잘 자고 컨디션을 유지하자.

• 슈퍼데이트는 무조건 열심히 할 것.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잘 되어가더라도, 안주하지 말고 혼신의 힘을 다 해서 슈퍼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따 내자. 내가 슈퍼데이트권을 따야만 다른 출연자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이성 출연자가 나에게 슈퍼데이트권을 쓰거나, 다른 동성 출연자가 내 1순위에게 데이트신청을 해서 짜증나는 변수가 생기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틀 2 – 하지 말 것

• 이도 저도 아닌 사람과 시간 낭비하지 않을 것.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면, 그 점에 대해서 확실히 해서 시간 낭비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고독 정식이나 0표녀가 되는 상황보다 마음에 없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데이트를 하는 상황이 더 짜증날 것 같다..ㅋㅋ

여튼, 만약 진짜 데이트하기 싫은 상대가 나를 선택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면, 데이트 선택 시간이 오기 전에 따로 불러서 나는 당신에게 호감이 없으니 나를 선택하면 시간 낭비일거라고 미리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부정적인 감정은 너무 티 내지 않기

솔직한 건 좋지만, 부정적인 방면에서까지 너무 솔직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마음에 안 들어도 예의는 지키자.

..

.

결론: 출연에 관하여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역시 나는 나는솔로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우선 한 차례 소개팅 어플을 돌린 적도 있고, 이름과 직업이 바로 특정되기 쉬운 만큼 공개 출연은 부담스럽다. 또 내 성미대로 임하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바로 빌런으로 등극될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라는 사람의 특성과 니즈이다. 내 니즈와 나는솔로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딱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다.

우선 나는솔로에서 기수당 일반적으로 최종 커플이 2커플 정도 탄생한다. 허나 라방 시점에는 대부분 헤어져 있다. 즉 성사된 커플 중에서도 실제로 결혼까지 가는 커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촬영 이후의 기회를 노려야 하는데.. 나는솔로 촬영이 끝나고 방송이 종료되기 전까지 약 몇 개월 간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소개팅 같은 활동을 하기 어려워진다. 성미 급한 나에게 이건 큰 패널티다.

방송 후 인스타 DM으로 연락을 받아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고는 하지만, 나처럼 원하는 상대의 기준이 확실히 있는 경우라면,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DM은 오히려 노이즈가 될 뿐이다. 완전히 오픈마인드로 여러 방면의 사람을 만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솔로 출연이 적합하겠다.

그리고,, 솔직히 경쟁적인 환경에서 이성을 쟁취해 내는 것에는 자신 없다. 이건 실제 경험에 기반한다. 시험 합격 이후 미팅을 1n번 가량 했는데, 딱 두 명만 추가로 연락했었고, 한 명만 실제로 만나서 밥 한 번 먹고 끝났었다. 물론 미팅은 술자리라는 환경+내 낯가리는 성격 등의 요인이 있었겠지만.. 내가 강한 분야는 아닌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내 입장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큰 셈이다. 100만 원 남짓 되는 출연료도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여튼.

뭐든 목적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솔로 출연자 중에서 방송 후 관심에 취해 애초의 목적이었던 <사랑 찾기>에서 점점 멀어지는 출연자들이 보이는데, 이런 경우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출연한다면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출연을 안 하지만,, 언젠가 나는솔로 게시글을 보고 유입된 출연 예정자가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애청자로서 나는솔로는 여전히 재미있게 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즐겁게 시청할 듯 하다.

#나는솔로후기

Sun [WP]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뇌피셜 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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