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투어를 위해 길을 나섰다. 흐렸던 전날과는 달리 날씨가 쾌청했다.
[투어]
홋카이도에서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가는 것이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삿포로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교통도 애매하고, 일본 여행은 처음이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안전하게 가기 위해 투어를 선택했다. 투어는 구글링을 하면서 나온 getyourguide이라는 사이트에서 골랐다.
투어: https://www.getyourguide.com/booking/7TC9AFBVKW1DW3HCF32LY2K6Q6NO55OH
이 링크의 투어인데 올해 세부 내용은 조금 바뀌었을 수도 있다.
이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1) 며칠 전에 신청할 수 있으면서 (파워 P…) (2)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들르면서 (3) 닝구르테라스에 들르면서 (4) 후기가 적절히 있으면서 (5) 한국인이 잘 안 올 것 같으면서 (6) 가격이 적절해서. 사실 1번이 가장 컸다. 내가 투어를 신청한 시점에 다른 투어들이 많이 마감되어 있어서 선택지가 많이 없었다.
Asahiyama Zoo (아사히야마 동물원): https://maps.app.goo.gl/ToJapsojKRbXgv429
Ningle Terrace (닝구르테라스): https://maps.app.goo.gl/sxw2YAhgjG2ycY2dA
여튼 투어 집합 장소에 가면 버스 및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다. 가이드는 젊은 중국인 여자였다.
후기가 아주 많지는 않아서 소규모일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50인승 관광버스에 꽉 들어차는 대인원 투어였다. 대부분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이었고 백인 2명, 아랍계 4명 정도 보였다.
중국인 여자 가이드가 중국어랑 영어로 뭔가 설명을 해 준다. 뒷자리라 잘 안 들리기도 했고, 중국어가 메인이었고, 버스 안에 중국어로 떠드는 소음이 계속 있어서 집중이 잘 안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듣는건 포기했다.
휴게소에서 중간에 한 번 내려준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팜플랫도 미리 받았다.
꽤 긴 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날씨가 점점 흐려졌다. 중간에는 눈이 오는 구간도 있었다. 삿포로에는 눈이 전혀 없었는데 삿포로 시내를 벗어나니 날도 흐려지고 사방이 온통 눈밭이었다.
드디어 동물원 도착 및 입장. 우리 투어 말고도 다른 중국인 위주의 대인원 투어들이 진짜 많았다. 관광지 입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고객층인 듯.
우리 투어 사람들은 일렬로 줄을 조금 서 있다가 한꺼번에 입장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동물원에 대해 미리 얘기하자면.. 나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동물 친화적이라는 평을 듣고 많이 기대하고 갔는데(동물의 원래 생태와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동전시> 기법을 도입해서 유명하다고 했었음,,),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 했다.
오히려 관광객들이 많아서 더 어수선했고, 동물들이 있는 공간도 일반적인 동물원에 비해 특별히 자연 친화적이라거나 동물 친화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도리어 한국 지방도시에 있는 작은 동물원(i.e. 진주동물원)의 동물들이 오히려 더 행복해 보일 지경.
특히 이 사진의 너구리들은 정말 안타까웠다..ㅜㅜ 정신병에 걸려서인지 계속 한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여기의 다른 동물들도 물론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만, 특히나 이 너구리들이 불안증에 고통받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게 심해서 마음에 걸렸다. 관람 이후 동물원을 나선 이후에도 계속 생각났다.
여튼.. 이외에 봤던 많은 동물들.
펭귄..!!
귀엽고 사람에 호의적이고 호기심 많고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동물원에서 컨텐츠로 데리고 있기 딱인 동물이다. 여기에는 펭귄 전용 건물이랑 수족관이 있다.
얘가 계속 내 앞에서 왔다갔다 하며 부리로 쪼기도 하고 애교를 부렸다. 진짜 너무 귀여움 ㅜㅜㅜㅜ 귀요미..
이 렛서팬더들이 다리 위를 건너갈 때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카메라를 들이밀며 사진을 찍어댔다. 나도 그 중 하나.
호랑이랑 사자도 봤다.
호랑이도 계속 한 자리를 어슬렁어슬렁 빙글빙글 도는 것이 앞서 언급한 너구리랑 마찬가지로 뭔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보였다.
사자는 삶의 의욕이 없어 보였다. 몇몇 중국 애기들이 계속 유리를 치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그렇게 마구 두들겨지는 유리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다.
같은 백수의 왕으로서(?? 이 광경을 보는 것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여튼 정해진 시간 맞춰서 잘 관람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홋카이도에서 가장 기대한 컨텐츠 중 하나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수선했고 동물의 상태나 환경도 기대만큼 좋아 보이지는 않았고 여러 모로 기대 이하였다.
기념품샵 구경을 조금 한 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