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깊다. 그러다 보니 내 현 상황에 대해 고찰하게 되고, <내가 남자였다면> 따위의 의미 없는 가정을 하게 된다.
이제 성별만으로 사회적 한계가 명확히 선그어지진 않는다만, 남자와 여자에게는 엄연히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한 장단점이 존재한다. 특히 결혼에서는.
요새 남여 갈등이 심하니 좀 예민한 주제긴 하지만..
여튼.
다시 돌아와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은 내가 여자로서의 현재에 불만족을 느끼기 때문이겠지.
장단점으로 나열하긴 좀 그렇고, 그냥 성별에 따른 결혼에 관한 특성을 생각해보았다.
남자는:
- 시간과 나이에 따른 감가가 적다. 즉 나이 제한이 덜하다.
- 본인이 노력해서 일군 성과로 외모나 부가적인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이나 능력치가 더 높다.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고스펙 남자들이 많은 만큼 경쟁군 또한 쟁쟁하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자보다 자원이 더 많이 요구된다.
- 중위권 이하에 위치할 경우 안 좋다. 여자에 비해 상방 하방 간 대우의 갭이 크다.
여자의 경우:
- 상대적으로 조금만 능력을 갖춰도 그게 빛나 보인다. 남자라면 크게 매력적이지 않지만 여자라면 좋아 보이는 직업군이 있다. 구체적으로 쓰진 않겠음.. ‘현모양처’같이 housewife 를 긍정적으로 포장하는 용어나 개념이 있다.
- 나이와 외모가 괜찮으면 나머지가 별로라도 먹고 들어간다. 남자의 능력에 대응하는 요소인 듯.
- 갖춘 것이 많을 수록 오히려 고를 수 있는 이성의 풀이 좁아진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 나이가 들수록 가치가 너무 빨리 하락한다. 임신이 가능한지 여부가 가치를 많이 좌우한다.
중구난방으로 나열했지만 결론은 남자는 능력치가 더 필요하고 여자는 젊음과 외모가 좀더 중요하다는 거. 이 특성은 그냥 내 결핍 때문에 더 강하게 체감하는 것일 수 있다.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더 좋다/나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로서, 나이를 먹고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찰하는 입장에서, 나 자신을 그대로 남자 or 여자로 대입했을 때 어느 편이 더 결혼이 수월할지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남자 쪽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여자에게 나이는 노력으로는 도무지 극복할 수가 없는 벽이다. 아니, <극복>을 위해 노력을 투입하면 할수록 위치가 노력의 방향과는 반대로 역행한다.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살빼기, 이직하기, 자격증따기 등에 시간을 들이면, 그 시간에 비례해서 나이를 더 먹는다. 노력에 상응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나이라는 핸디캡은 어느새 그 성과보다 더 무거운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는다.
반면 남자는 나이에 따른 감가상각이 덜 하다. 나이가 들어도 그 자체로 인한 사회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성취한 결과를 통해 결혼 시장에서 더 괜찮은 위치에 설 기회가 더 긴 호흡으로 주어진다.
간단히 32살 때 일반 직장인이다가 LEET 준비/로스쿨 졸업해서 37살 변호사가 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결혼 시장에서의 위치가 극명하게 달라진다.
그냥 침몰하는 배 안에서 사다리를 타고 열심히 기어 올라가지만 올라가는 속도가 침몰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 하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어떤 속도로 하락할지의 문제인데, 그런걸 생각하면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시간적 유예가 좀더 주어지는 남자 쪽이 낫지 않을까 한다.
여자로 태어난게 안타깝다.
내 잘못이라면 안일했다는 것. 젊음의 값어치를 미리 깨닫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나이라는 비가역의 형벌은 어린 날의 안일함에 대한 대가로는 너무 가혹히지 않은가.
의미 없는 가정과 생각으로 어수선한 밤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