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에서 삿포루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에서 정신없이 웹소설을 읽는 도중 휴대폰 배터리가 5% 이하로 떨어지면서 화면이 어두워졌다. 충전하려고 보조배터리를 꺼냈는데 보조배터리도 충전이 안 된 상태였고 역시 5% 정도 남은 상황.
도착해서 바로 호텔에 가야 하는데 삿포로 지리를 전혀 모르고 실물 지도도 없기에 난감해졌다. 임시방편으로 노트를 꺼내 호텔까지 가는 약도를 그렸다..ㅋㅋ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므로 보조배터리는 정말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일단 휴대폰과 연결시키지 않았다.
삿포로에서 내린 후 약도에 그린 길을 따라 호텔로 향했다. 가는 길에 화려한 삿포로 TV 타워가 보였지만 당시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더랬다.
Sapporo TV Tower: https://maps.app.goo.gl/sYTukoNJeTBKEiDn6
그런데 또 하나의 실수. 멍청한 내가 구글지도에 핀을 잘못 찍어놨었던 거. 중간에 숙소를 변경했었는데, 구글지도에는 예약변경 전 호텔 핀을 남겨두었고 난 그걸 기준으로 약도를 그려 둔 것이었다..
호텔을 찾아가는 길에 이걸 깨닫고 보조배터리의 마지막 불꽃으로 폰을 살린 후 근처에 있던 최종 예약호텔인 sotetsu fresa inn 에 체크인을 했다.
휴.. 역시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
Sotetsu Fresa Inn Sapporo-Susukino: https://maps.app.goo.gl/EqPaLNDiirztnvW89
[스프카레 트레져]
겨우 도착한 호텔 방에 짐을 풀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홋카이도에서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인 스프카레를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 나섰다.
스프카레는 <스프카레 가라쿠>라는 식당이 가장 유명하다. 그런데 가라쿠에 가 보니 웨이팅이 너무 많았다. 가게 밖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캐리어와 함께 서 있는 동양인(옷차림을 보니 중국인으로 예상)인 걸로 봐서는 중국인들 사이에 맛집으로 낙인 찍혔나 보다.
기다리는 것, 사람 많은 것, 관광객들이랑 섞여 있는 것 모두 질색이라 구글로 근처에 다른 갈만한 식당을 물색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스프카레 트레져. 위치도 가라쿠 근처고 관광객들보다는 로컬 손님들 위주로 있는 식당이었다. 평점도 좋았고, 최소한 캐리어부대는 여기에 보이지 않았다.
스프카레 가라쿠: https://maps.app.goo.gl/aEnKtn4SvcQ7ZTUW7
스프카레 트레져: https://maps.app.goo.gl/6p9FH9mmiWUfguZi9
나는 함박스테이크가 들은 카레를 시켰다.
스프카레는 전분이 많아 꾸덕한 일반 카레와는 달리 물 같은 제형이다. 말 그대로 soup(국물) 카레. 국물의 제형이 묽은데도 향이 진해서 묽다는 느낌이 전혀 안 났다. 국물이 꽤 기름져서 가히 방탄카레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 든든함이었다. 홋카이도의 추위에 안성맞춤인 메뉴인 듯.
국물 안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양배추 조각 따위가 들어있다. 큰 양배추 덩어리와 굵게 채썬 얇은 양배추 건더기가 있는데 이 양배추들이 식감을 더해 주어서 좋았다.
토핑으로는 야채튀김과 함박스테이크, 메추리알 등이 얹어져 있다. 내가 계란도 추가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 ㅜㅜ 야채튀김의 야채는 연근 브로콜리 김 같은 것들이었다. 브로콜리 튀김이 식감도 재밌고 맛있었는데, 브로콜리 극혐하는 사람들도 이 정도면 무척 맛있게 먹을 것 같았다.
직원 왈, 함박스테이크는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섞인 것이라고 했다. 함박은 기름졌고 역시 불맛이 났다.
각각 불로 처리한 후 올리는건지 토치로 전체적으로 지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국물, 야채, 함박 모두 불향이 적절히 나서 전체적으로 조화로웠다.
밥은 노란색 밥이었다. 아마도 강황을 넣은 것 같은데, 향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트레저 가게의 한 구석에서는 레토르트 스프카레를 판매했다. 그런데 레토르트는 가라쿠 브랜드 제품이었다 ㅋㅋㅋㅋ
스프카레가 워낙 맛있어서 레토르트 스프카레를 하나 샀다. 핑크색이랑 노란색 중 고민했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직원이 베이스는 비슷하고 토핑만 다른데 둘 중에서는 치킨을 추천한다고 해서 치킨 하나를 샀다. 나머지 하나는 소 아니면 돼지였던 듯. 한국 와서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었다.
걷다가 빵집에서 빵 하나를 사 먹었다. 사진도 없도 맛도 기억이 잘 안 나는걸 봐선 맛은 그저 그랬던 것 같다.
여유가 생기자 길거리와 Sapporo TV Tower 주변을 구경했다. Sapporo TV Tower 주변에는 빛 조형물이 있었고 주변에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서점 구경]
Books Kinokuniya 서점, <키노쿠니야 서점>에 갔다.
Books Kinokuniya는 이 근방에서 가장 큰 서점이었다. 나는 나름의 일본 여행 기념품으로 오리가미 책을 사고 싶었기 때문에 일부러 이 서점을 찾아갔다.
Books Kinokuniya – Sapporo Main Store: https://maps.app.goo.gl/zDD24moPP6urmxDw5
서점의 내부. 서점이 꽤 크다. 만화책도 많다.
책 내부를 보면 글씨가 세로 배열로 되어 있다.
서점에서 발견한 또 다른 특성은 ‘규격화’이다.
같은 출판사의 시리즈물은 말할 것도 없고, 각각 다른 출판사 책들임에도 책의 크기가 대부분 균일했다. 등부분의 높이와 튀어나온 정도(?)가 동일해서 꽂혀 있는 책들이 정제되고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책들의 크기가 제각각이고 개성 있는 한국 서점과 비교되었다.
몰개성이라는 단점은 있으나, 북커버나 북파우치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본처럼 책크기의 예측가능성이 높은 쪽을 훨씬 환영할 것 같다.
잡지책의 크기는 비교적 자유롭다.
이런 성인잡지들이 양지에 전시되어있다 ㄷㄷ
한 번 전체적으로 구경한 후 포스기에서 원하는 책을 검색했다. 일본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그냥 영어로 origami라고 검색해서 대강의 위치를 파악한 후 대충 그쪽 부근으로 갔다.
막상 가니 원하던 책은 없었다. 보상심리 및 이 때 아니면 언제 또 오냐는 마인드로 여러 권 집었다..ㅋㅋㅋ
행복 ㅎㅎㅎㅎ 현금이 없었기에(..) 카카오페이(알리페이)로 약 20만원어치 질렀다.
읽지도 못 하는 일본어 책을 왜 이렇게나 샀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그 책이 거기에 있어서>라고 답하련다. 거창한 이유 따윈 없다.
[츄하이와 목욕]
다시 숙소로 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만 샀다.
홋카이도는 우유, 곡식, 해산물 등 식품 원물의 품질이 좋고 신선한 걸로 유명하다. 과연 편의점에 전시된 맥주나 우유 중에도 군데군데 홋카이도 지도가 그려진 것들이 보였다.
홋카이도 메론맛 츄하이와 니카상이 그려진 홋카이도 하이볼(?)을 샀다.
숙소에 와서 목욕탕에 물을 받고 몸을 담군 채 두 캔을 땄다.
메론맛 츄하이는 맛있어서 다 먹었는데 니카상 맥주는 맛이 없어서 남겼다.
그렇게 고된 하루를 끝마쳤다.
내일의 시련을 예상하지 못한 채…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