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솔로 22기 돌싱 특집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나는솔로는 12기부터 입문했고, 그 때부터 모든 기수들을 아주 열심히 봤다.
나는솔로 시청 대장정의 중반부에 방영했던 레전드 돌싱 16기가 나에겐 첫 돌싱 기수였다. 돌싱 22기 방영이 예고되면서 첫 돌싱 기수인 10기를 빠르게 완주하며 야무지게 22기 시청 준비에 돌입했다.
처음으로 접한 돌싱기수인 16기는 처음에 보다가 시청을 중단했었다. 이유는 인터뷰나 자기소개에서 연신 우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다른 기수와는 다른 이질감이 들어서. 예능인 줄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인간극장이던 느낌이랄까. 물론 다시 보긴 했지만..ㅋㅋ
여튼.
돌싱 22기는 역시나 너무 재밌다.
돌싱특집은 일반기수랑은 결이 다르다. 어떤 면에서 다르냐 하면, 온전한 희망을 품고 출연한 일반기수 출연자와는 달리, 돌싱기수는 전체적으로 애환이 서린 느낌이 있다는 것.
미국처럼 개방적인 국가에서도 이혼은 큰 상처로 치부되곤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땅도 마음에도 여유공간이 비좁은 국가에선 오죽할까. 배우자와의 견고한 육체적, 정서적, 법적 결속을 완전히 깨트리고 돌아서게 되는 사건인 만큼 이혼은 개인에게 당연히 크나큰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유야 다르겠지만 어쨌든 상처를 거쳐 이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당연히 각자의 사연과 슬픔에 관한 내용이 빠질 수가 없다.
그래서 큰 제약 없이 행동하는 일반기수와는 달리 돌싱기수는 출연자들이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히는 내용들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기에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돌싱특집을 시청하는 입장에서 내가 무자녀 돌싱이라고 가정하면, 가장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만약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내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결혼도 안 했지만ㅋㅋ) 협의이혼은 하지 않고 꼭 조정이나 재판을 통해 해서 판결문을 만들어 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야 다음 재혼 때 이혼사유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변명 없이 판결문을 보여 주면 되니 훨씬 편할거니깐.
타인을 신뢰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특히 돌싱의 입장에서 재혼할 돌싱 상대를 고르려고 생각한다면 더 큰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돌싱 상대를 고른다면 상대의 이혼사유가 아주아주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상대 돌싱의 이혼사유’라는 데이터는 그 상대로부터 얻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상대의 주관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고, 정보의 범위나 깊이가 제한적이기도 하다.
나는 나름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데이터 자체의 신뢰도가 낮으면 그 데이터를 믿고 그걸 기반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자신이 없다. 이건 상대 돌싱의 입장에서 돌싱인 나를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로 안고 가는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한다.
돌싱이라면 그 사람에게는 <이혼>이라는 상처가 이미 크게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이혼에 이르기까지에 상대와 여러 마찰이 있었을 것이고, 그 마찰의 가운데에는 신뢰의 훼손이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신뢰의 훼손이라는 상처를 가진 사람을 만나려면 일반적인 미혼 간의 연애보다 더 크고 견고한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뢰는 그 사람의 행동을 통해 쌓을 수 있겠지만, 일단 확실한 데이터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은 신뢰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혼할 미래의 상대에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신뢰의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나는 만약 돌싱이 될 상황이 생긴다면, 무조건 객관적인 이혼사유가 기재된 조정조서나 판결문을 만들어 놓을 것이다.
과거의 상대보다는 미래의 상대가 내 인생에 훨씬 중요할테니깐.
음..
끗